▲저 냉장고를 혼자서 손수레에 실을 수 있을까? 이홍남씨(왼쪽)는 가능하다.
김대홍
SBS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드럼통으로 볼링까지 치는 달인을 비롯 3㎜든 5㎜든 손님이 원하는 대로 정확히 썰어주는 붕장어 달인, 30초에 총 192번의 가위질을 하는 미용사, 50㎏ 무게의 8인상을 한 손으로 들고 계속을 누비는 밥상 운반의 달인 등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달인이 됐다는 것. 지난 7월 1∼2일 광진구청 쓰레기 수거 현장에서 TV에서만 보던 달인을 만났다. 경력 19∼30년차의 환경미화원들은 대부분 몸집도 작고 다소 마른 평범한 어르신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손수레에 싣고 오는 양은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들이 혼자서 냉장고를 옮기는 모습을 봤다. 손수레 한 쪽에 냉장고를 올린 뒤 순간적으로 나머지를 실었다. 젊은 사람 둘이 들어도 낑낑대며 할 일을 어르신은 연륜의 힘으로 거뜬히 처리하고 있었다.
장롱·책장 등을 처리할 때도 요령이 있다. 한꺼번에 많이 실으려면 잘 부순 뒤 차곡차곡 잘 쌓아야 한다. 내릴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널빤지를 그냥 내려놨다가 옆 도로로 흐르기라도 하면 민원 대상이다.
한쪽에 치우는 달인이 있다면 또 한 쪽엔 버리는 달인이 있다. 환경미화원들이 지키고 있는데도, 눈을 피해 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대형폐기물을 버린 뒤 시치미를 '뚝' 떼고 대책 없는 상태로 만드는 이들도 있다.
버리는 달인보다는 안 버리는 달인이 많은 세상을 생각해본다. 그 때쯤이면 치우는 달인들이 '밥줄 끊기겠다'고 파업이라도 벌이지 않을까.
[저녁 9시] 28년 경력 이홍남씨, 무단투기를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