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명예 생각한다면 물러나라

과거 독재경찰로 되돌려...시민 위한 경찰로 거듭나야

등록 2008.07.02 11:12수정 2008.07.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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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한 경찰 내부 문건 ‘국정 안정을 위한 국민대통합 방안에 대한 제언’은 충격이다. 경향신문은 이 문건을 지난 달 30일 입수하였고, A4 1장짜리로 지난달 24일 경찰청이 전국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 내려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건 내용을 보면 ‘미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 등에 대한 제언 수집’이란 부제가 달려있고 구체적인 수집 항목 5가지가 적혀있다. 이 중 4번째 항목은 ‘전통적인 정부 지지세력을 복원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경찰법을 스스로 어긴 것이다. 2006.7.19 개정된 <경찰법> 제4조 (권한남용의 금지)는 “국가경찰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국가 경찰 존재 이유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만을 위해 존재할 뿐 어떤 정치 세력과 특정 세력을 위하지 않는 중립 조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찰법으로 명확히 규정한 공정중립을 팽개치고 전통적인 정부 지지 세력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일선 경찰서에 내려 보낸 일은 경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권력과 친정부세력을 위해 일하는 정치권력 시녀로 전락한 것이다. 정치권력과 친정부세력시녀로 전락한 것은 이번 문건만이 아니다.

 

촛불정국에서 보여주었던 경찰 모습은 더 분명했다. 촛불문화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군홧발, 물대포, 방패, 곤봉으로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녹색신호등이 켜졌는데도 행단보도를 건너가지 못하게 하였고, 지하철 출입구를 막아 시민들 보행까지 통제했다.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 지도부 검거하기 위해 전담 체포조를 운영했고, 지난 달 30일 새벽에는 대책회의 사무실을 기습 압수수색했다. 10년 민주정부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우익단체가 좌파선동 방송으로 지목한 KBS·MBC 앞에서 LPG가스통으로 위협한 폭력시위와 시민들을 폭행했던 주동자 수사에는 소극적이었다.

 

국민생명권과 검역주권을 되찾기 위하여 촛불을 든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불법이고, 촛불을 든 시민들과 진실보도를 하기 위하여 노력했던 방송사를 LPG가스통으로 위협하고, 시민들을 폭행한 우익단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인식은 경찰이 시민을 보호하기보다는 정치권력을 위하여 존재하는 조직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경찰 역사에서 국민이 아닌 정치권력을 위해 존재했던 비극을 경찰은 잊어서는 안 된다. 이승만 독재정권이 무너진 결정적인 사건은 1960년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던 마산상고 김주열 학생이 그 해 4월 11일 마산 앞 바다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발견되자 온 나라에 규탄시위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인 1987년 1월 14일 새벽 치안본부 대공수사관들이 서울대생 박종철씨를 하숙집에서  영장 없이 불법으로 강제 연행하고, 서울 남영동 당시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살해했다.

 

1987년 6월 9일, '박종철 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를 앞두고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를 끝내고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경찰은 무차별로 최루탄을 발사해 결국 이한열씨가 최루탄에 맞아 생명이 위독해 6․10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한열씨는 그 해 7월 5일 생명을 잃었다.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은 민주주의를 외치던 민주시민을 빨갱이로 생각했고, 모든 집회가 불법이었다. 오로지 권력자를 위해 존재했고, 권력자를 보호했을 뿐이다.

 

지금 경찰은 역사에 남은 그 오욕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 촛불시민을 불법과 극렬시위자로 규정하고, 연행, 체포, 강경진압, 압수수색을 했다. 시민이 아니라 권력을 위해 존재한 치욕시대로 경찰 스스로 돌아가고 있다.

 

생명권을 보장하고, 검역주권을 되찾으라는 민주시민들을 강경진압하고, 엄정한 정치중립을 지켜야 하건만 전통정부세력 복원을 위해 힘쓰는 것은 대한민국 경찰이 아니다. 경찰을 이렇게 이끌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다.

 

경찰을 정치권력 시녀로 전락시켜 경찰 명예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까지 망각했기 때문이다. 어청수 청장이 정말 대한민국 시민을 보호하고,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명예라고 생각한다면 하루 빨리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2008.07.02 11:12ⓒ 2008 OhmyNews
#어청수 #경찰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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