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서원의 사당영역의 꽃담구연서원의 뒷쪽에 자리잡은 사당채의 담장에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문일식
관수루를 들어서면 넓은 마당 한쪽에 서원이름을 대표라도 하듯 커다란 돌거북 세마리가 힘겨울 정도로 큰 비석을 지고 있고, 앞으로는 커다란 배롱나무를 배경으로 구연서원의 현판을 건 강당과 사당이 앞뒤로 나란합니다. 서원치고 동,서재가 없는게 특이합니다. 사당 주변을 아우르는 꽃담장은 숨어있는 보석과 같습니다. 진흙으로 담을 쌓고, 기와편을 꽃모양으로 만들어 넣은 꽃담장입니다. 배롱나무의 꽃이 피어나는 7월이 되면 그 화사함을 넘겨 주겠지만, 지금은 구연서원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입니다.
구연서원을 나와 위천천의 물줄기를 따라 오르면 금새 거북바위에 이릅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보냈다는 시편도 이곳에 새겨져 있고, 당대 문인들의 시편과 이름들이 빼곡합니다. 마치 거북의 온 몸에 문신을 해놓은 흉칙한 모습같기도 합니다. 구연교를 건너면서도 거북바위에 적힌 글자들은 여전히 가득합니다. 시편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름을 새긴 것은 시대를 넘나드는 낙서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가면서 새겨진 시편과 이름에 대한 안내판 하나 만들어 세워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구연교를 지나 위천천을 건너면 또 다시 요수 신권 선생의 흔적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호를 따서 만든 요수정입니다. 맑은 계류가 거침없이 흐르고, 머리를 한껏 치켜든 거북바위의 전경이 손에 잡힐 듯 다가 옵니다.
수승대에서는 자연,인간,연극이라는 주제로 해마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립니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거창 국제연극제는 오는 7월 25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연극은 극장에서나 보는거라 생각했는데 거창 국제연극제는 수승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위천천의 맑은 물속에서 피서를 즐기며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새삼 구미가 당겨집니다.
황산마을은 수승대 건너편에 자리잡은 거창 신씨의 집성촌입니다. 조선 연산군때 요수 신권 선생이 이곳에 머물면서 집성촌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수령이 무려 600년이나 되는 느티나무가 마을 지킴이처럼 서 있습니다. 덩치가 어찌나 큰지 옆에 세워둔 오토바이가 작아보일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