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는 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 수 많은 야생화와 약초가 있었다. 그 중에서 꿀 풀, 어릴 때 많이 빨아먹었다. 단맛이 난다. 이뇨 작용을 도와준다고.
배지영
젊은 엄마들은 새로운 약초가 나올 때마다 영화제 때 레드카펫을 걷는 배우를 보듯 바짝 붙어서 열광했다. 사진을 찍고, 이름과 효능을 적었다. 거기에다가 시작할 때 설명을 도맡았던 남학생한테는 "약초도 잘 알아, 공부도 잘해, 인물까지 돼, 아~" 하면서 '작업'도 걸었다.
나는 조금 뒤로 처졌지만 어릴 때 갖고 놀던 풀들을 만나서 기뻤다. '묏똥' 주위에 있던 달짝지근한 꿀 풀, 껌처럼 씹어 먹던 '삐비', 그리고 맛이 신 괭이밥. 시골 아이였던 시절로 돌아가서 먹어봤다. 맛은 각각 달고 신데도, 어쩐지 밍밍했다.
아무렇게나 따서 먹고 놀았던 풀들이 항암 치료도 되고, 화가 나는 것도 덜어주고, 오줌도 잘 나오게 하고, 갑상선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5일 장날에 약장수가 천막에서 만병통치약을 팔 때 듣던 말이랑 비슷한데? 전문가의 최대 강점은 쇼를 보여주지 않아도 믿음을 주는 법,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날마다 동네 뒷산에 본부를 만들어 놀던 때는 지나치게 예쁜 버섯이나 열매들은 경계했다. 궁금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온갖 풀과 나무 열매에서 먹는 것과 못 먹는 것, 약과 독을 알아냈을까. 중죄를 진 사람에게 먹여서 골라냈을 거라 여겼는데 예전부터 독초에는 감초나 콩죽, 녹두죽, 물로 해독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