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이종호 작가의 2004년 작품
황금가지
미스터리소설과 공포소설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것일까. 독자가 읽으면서 오싹한 두려움을 느끼는 지의 여부도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소설을 읽더라도 느끼는 감정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일단 독자의 감상은 배제하고 텍스트 자체에만 국한시켜 본다면, 가장 고전적인 분류법은 아래와 같은 것이다.
이 두 가지 소설은 모두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는 기괴한 상황과 사건을 나열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이런 사건들은 연달아 발생하고, 독자들의 호기심은 증폭되어 간다. 그 호기심의 끝에는 '이런 사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 부분에 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어떻게 마무리하는 지가 중요하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결말부분에서 초자연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이 개입할수록 그 소설은 공포소설에 가까워진다.
반면 약간의 억지가 포함되더라도 상식적인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 소설은 미스터리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초현실적인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끌고 간다면 그것은 판타지소설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포소설 작가 이종호의 작품 <분신사바>, <이프>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중의 하나가 '미스터리와 공포의 경계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분신사바>는 2004년에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프> 역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미스터리와 공포의 경계는 둘째치고, 이 작품들은 모두 현실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분신사바> 작은 마을과 학교에서 발생하는 집단따돌림 제목부터가 심상치않은 작품 <분신사바>의 무대는 시골의 작은 마을 Y읍과 그 안에 있는 Y고교이다. 소설은 전개되는 동안 이 읍과 고교를 한 차례도 벗어나지 않는다.
Y읍은 작은 마을이지만 동전의 양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극히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드러나진 않지만 언젠가는 폭발하고 말 것 같은 기묘한 긴장감이 함께 흐르고 있다.
그 긴장감은 기가 막히게 균형을 이루어서 금방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공동체로 지금까지 마을을 유지해 왔다. 그만큼 이 마을은 도심에서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멀리 떨어진 폐쇄적인 곳이다. 그리고 집집이 액막이용 부적을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을 만큼 마을 곳곳에 미신의 흔적이 산재해 있다.
이 마을로 어느 날 대도시에서 한 가족이 이사 오고, 그 집의 딸 유진은 Y고교에 다니게 된다. 기존의 학생들은 텃세를 부리면서 유진을 따돌리고, 도시 출신의 유진은 나름대로 시골의 학생들을 무시하고 경멸한다. 그럴수록 학생들은 더욱 심하게 유진을 따돌리고 노골적으로 괴롭히게 된다.
유진이 전학 오고 얼마 후에, 역시 도시에서 미술선생 은주가 Y고교로 부임 받아서 온다. 은주는 어느 모로 보나 시골 고교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외모와 옷차림을 한 은주는 오자마자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다.
은주와 유진이 오고 난 다음부터 학교에, 그리고 나아가서 마을에 기괴한 일들이 하나씩 발생한다. 따돌림을 참지 못한 유진은 나름대로 아이들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어딘지 어두운 구석이 있는 은주는 학교에서 헛것을 보다가 쓰러지기도 한다. 그동안 자신들 만의 공동체를 형성해왔던 마을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온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연달아서 터지는 끔찍한 죽음들.
'분신사바'라는 말은 20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귀신을 불러내는 주문의 구절이다. 주문을 외우면 펑하고 나타나는 램프의 요정처럼, 이 주문을 적절한 장소에서 외우면 구천을 떠도는 혼이 자신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 혼이 이승에서의 원한을 간직한 채 잠들지 못하는 원혼이라면 어떻게 할까. <분신사바>는 한국형의 공포물이다. 미신의 기운이 강하게 남아있는 시골마을, 한을 품고 죽어간 수십 년 전의 여인, 원한관계에 따른 인물설정 그리고 마지막 대단원까지.
<이프> 자살하는 동영상을 메일로 받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