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길입니다. 등성이 넘어 하늘 한 끝자락 어딘 가로 이어진 길이죠. 전 이쯤에서 하늘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밥 딜런의 '하늘문을 두드리며'라는 노랫말을 음미하면서요.
최방식
공항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비보' 하나초심자의 예측은 3시간만에 빗나갔습니다. '붉은 영웅'(울란바토르)에 발을 내딛으며 들은 첫 하소연이 이랬으니까요. "왜 이 땅엔 비도 안 오는지 원…." 그러니까 우리 발을 묶은 건 비가 아닌 폭풍이었습니다. 동북아 하늘을 뒤덮는 재앙의 황사공포 말입니다.
언젠가 푹푹 찌는 마드리드공항에서 느꼈던 숨막힘이나 방콕의 수상시장 어딘가에서 가슴조리며 맡던 비릿한 흙내음과는 다른 무엇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쩍 갈라진 대지 끝자락에 당도했을 때 엄습해왔던 그 답답함이었을까요? 아님 두려움이었거나.
도심 한 호텔에 들어설 때까지 뒷자리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들려준 말은 "몹쓸 땅이구먼", "나무 한 그루 없어"였습니다. 그도 나 같이 몽골에 처음 오는 인사인 모양입니다. 그러니 메마른 나무 몇 그루를 발견했을 때 안도감은 호사였고요.
몽골 환경청사 회의실에서 고위급 관료들의 환호를 받으며 뻐꾸기 웃음을 날릴 때만해도 그럭저럭 여유로웠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함께 보듬어 살려보자는 것이었으니까요. 울란바토르의 젖줄을 따라 바람먼지 휘날리며 달릴 땐 어깨까지 제법 으쓱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