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밍산에게 유일한 낙은 낮밤을 자는 것이다. 그의 하나뿐인 변화된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모종혁
밀려드는 환자들에 장비와 의약품 부족중국 쓰촨성 수도인 청두(成都)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몐주(綿竹)시. 몐주시는 이번 대지진의 진원지인 원촨(汶川)과 산자락을 맞대고 있는 도시다. 15일 기자가 찾은 인구 50만 명의 몐주시는 이전의 평화로운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외국 기자의 지진 피해지 취재를 방해하는 중국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고 들어선 몐주시는 초입부터 지붕과 담장이 무너진 집들이 눈에 띄었다. 몐주시에서도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한 준다오(遵道)진의 모습은 처참했다.
마을 곳곳에서 건물이 두부처럼 완전히 뭉개졌고 본모습을 간직한 집은 찾을 수 없었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채 나뒹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지진 당시의 급박했던 참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준다오진 보건소도 건물 상단이 파괴된 채 출입이 금지됐다. 보건소 앞에 차려진 임시 병원에는 온몸 곳곳을 다친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리중이(56)는 "지진 당시 갑자기 무너진 담장에 다리가 깔렸다"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간호사 정주안(28·여)은 "지진 발생 후 사흘이 지났지만 보건소를 찾는 환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진으로 세 명의 동료가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슬픔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청두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이끌고 와 의료봉사를 진두지휘하는 류판린(48) 셰화병원 의사는 "다친 환자를 치료할 장비도 없고 의약품도 너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류는 "벌써 사흘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잤다"면서 "치료할 환자는 많은데 일할 의료진이 한정되어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