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가스가 퍼지자 지진 속에 살아남은 잉화진 주민들은 급히 고향과 집을 떠나야만 했다. 피난소로 옮겨진 주민들은 입을 옷을 제외하곤 어떤 살림살이도 챙기지 못했다.
모종혁
매캐한 냄새만이 남아있는 현장그곳은 갓 폭격당한 마을과도 같았다. 처참하게 파괴된 건물과 집, 검은 연기를 내뿜는 음사스런 공장, 주인 잃은 개와 고양이가 오가는 골목길…. 간혹 폐허 속에서 생활도구를 챙기는 주민을 만나지 않는다면 잉화(營華)진은 사람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14일 낮 중국 쓰촨(四川)성 스팡(什邡)시 잉화진을 찾은 기자는 메케한 냄새에 호흡 장애를 느껴야만 했다. 지난 12일 원촨(汶川)현에서 발생한 지진은 몇 분 뒤 잉화진을 강타했다. 한창 조업 중이던 윈펑(雲風)화학회사의 공장은 지진의 습격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윈펑공장 관리사무소는 힘없이 붕괴되었고 공장은 엿가락처럼 무너졌다. 가동설비가 파괴되면서 전기 누전이 발생, 옆 창고에 쌓아놓은 80여톤의 화학물질이 타올랐다. 유독성 황산과 암모니아 연기는 공장에서 잉화진 전체로 금세 퍼졌고, 지진 발생 후 매몰된 노동자 600여 명과 마을 주민 1000여 명의 목숨을 바로 앗아갔다.
한 주민은 "폐허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매몰된 가족·친척·동료를 살필 여유도 없이 지방정부가 내린 소개령 때문에 강제로 차에 태워져 스팡 도심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귀가가 허용되어 이틀 만에 집에 돌아왔다"면서 "사태 수습을 맡은 무장경찰에 의해 죽은 내 가족의 시신이 빼돌려져 화장 당한 것 같다"고 절망했다.
웃음을 잃은 사람들은 얼굴 위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다. 루웨이(23·여)는 "지금은 화학물질의 독기가 모두 외부로 빠져나갔다곤 하지만 여전히 위험하다"면서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꼭 쓰고 물은 외부에서 온 생수만 마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