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국영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는 정조 임금. 드라마 <이산>.
MBC
이처럼 홍국영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린 정조 임금은 홍국영의 신분을 봉조하로 유지시켜주면서 그를 고향으로 내쫓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해야만 군신관계의 시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정조는 강조했다.
홍국영의 죽음을 다룬 정조 5년(1781) 4월 5일자 <정조실록>에 따르면, "경자년(1780년, 인용자 주) 봄부터 신하들이 일제히 홍국영의 죄가 하늘에 가득하다고 성토했지만, 주상께서 끝내 주벌을 가하지 않았다"라고 한다.
정조 5년 4월 5일자 <정조실록>의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돌이켜 생각하면 이는 나의 잘못이고, 지금 스스로 반성할 겨를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내가) 오히려 무슨 말을 하겠는가?"(反以思之此予之過到今自反之不暇尙何說哉)라고 정조가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와 같이, 정조는 여러 차례에 걸쳐 홍국영의 잘못을 끝까지 자기의 잘못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 홍국영을 처벌하라는 조정의 빗발치는 여론을 묵살하고 결국 정조는 홍국영을 횡성현으로 쫓아냈다가 다시 강릉현으로 내쫓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했다. 홍국영이 삼사의 탄핵으로 인해 형벌을 받았다고 하는 일설도 있지만, 실록에서는 정조가 끝까지 홍국영을 보호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실록 기록과 달리 홍국영이 형벌을 받았건 안 받았건 간에, 적어도 정조 임금이 홍국영 문제로 인해 일정 정도 심적 고통을 느낀 점만큼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실록 기록에 어느 정도의 과장이 있을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임금이 공식 문서상에서 신하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괴로움을 표시한 점을 볼 때에 정조 임금이 홍국영을 내쫓을 때에 상당한 심적 고통을 느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산> 제66회에서, 야밤에 은밀히 의금부 옥사로 찾아가 홍국영을 면회한 정조 임금은 "난 자네가 무슨 말을 하든지 다 믿을 테니, 이제라도 자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말해보게"라며 끝까지 홍국영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물론 과장된 장면이기는 하지만, 이는 두 군신의 관계가 그만큼 각별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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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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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자네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믿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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