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은 필수품"하버드대 교정에서는 학생들이 휴게실이나 간이식당에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노트북으로 자료를 검색하거나 과제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버드대 교내 어디를 가든 면학 분위기가 흘러 넘친다고 할 수 있다.
신향식
[수준에 따른 글쓰기 반 편성] 논증적 글쓰기 수업에서는 신입생들의 글쓰기 실력에 따라 수준별 수업을 한다. 각기 다른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각각의 상황에 맞춰 모두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어떤 학생들은 글쓰기 실력이 뛰어난 반면, 일부 학생들은 글쓰기 능력을 갖추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수준별 반 배정은 입학 전에 치르는 작문 시험을 기준으로 한다. 그 점수를 바탕으로 입학 상담교수(지도교수)와 학생이 상담하여 두 단계 중 한 가지 반을 배정받는다. 하나는 기초과정인 '논증적 글쓰기 10'(분석적 글쓰기 입문)이고 또 하나는 고급 과정인 '논증적 글쓰기 20'(대학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문장력이 좋은 학생들은 논증적 글쓰기 10을 건너뛰고 곧바로 논증적 글쓰기 20을 듣는다.
논증적 글쓰기 10은 대학 학술 작문을 하기 위한 준비 성격이 강하다. 진정한 글쓰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초 훈련을 하는 과정이다. 보통 가을 학기에 이 강좌를 개설한다. 논증적 글쓰기 10을 마친 학생들은 이듬해 봄 학기에 논증적 글쓰기 20을 수강한다.
논증적 글쓰기 20은 심화 과정이다. 여기서는 학술 글쓰기의 기법과 이것을 쓰는 데 필요한 기본기를 닦는 공부를 한다. 학술 글쓰기를 하는 과정은 토론을 하기 전에 논점을 분석하고 논거를 만들어내는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논증적 글쓰기 20’ 주제 목록 |
번호 글쓰기 주제 제목 1 Technical culture 2 진실 이야기 3 성과 사회 4 Technical culture 5 비관론 6 권위의 목소리 7 성과 사회 8 비관론 9 권위의 목소리 10 시장의 문화 11 살인 12 셰익스피어의 사랑과 힘 13 표현의 자유 14 작가란 무엇인가 15 셰익스피어의 사랑과 힘 16 표현의 자유 17 작가란 무엇인가 18 알 수 없는 목적지 : 여행과 모험 19 생물학과 문화의 충돌 20 사랑의 발견 21 야생의 세계 속으로 22 생물학과 문화의 충돌 23 사랑의 발견 24 야생의 세계 속으로 25 기억의 정치학 26 괴물의 창조 27 톨스토이와 체홉 28 생물공학 시대의 검증된 삶 29 기억의 정치학 30 괴물의 창조 31 톨스토이와 체홉 32 생물공학 시대의 검증된 삶 33 현대의 연극 34 미국 정치학의 수사학과 표현 35 도시와 세계화 36 현대의 연극 37 남부 미국의 여성 작가 38 아웃사이더 39 도시와 세계화 40 아웃사이더 41 성, 섹스와 차별 42 단편소설의 기술 43 에세이의 기술 44 어떤 문제에서 법이 해결책이 되는가 45 성, 섹스와 차별 46 단편소설의 기술 47 에세이의 기술 48 스토리텔링 49 어떤 문제에서 법이 해결책이 되는가
|
[문학, 역사, 사회학 등 주제 별로 20개 코스] 논증적 글쓰기 20 수강생들은 수십 개의 코스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들어야 한다. 이것을 온라인 섹션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그 종류는 문학, 역사, 인류학, 사회학, 예술, 정치, 철학 등 다양하다.
이를 테면, 논증적 글쓰기 20에서 써야 할 글의 주제를 학생들 스스로 고르게 한 뒤에 같은 종류를 고른 학생들을 한 반에 편성하는 것이다. 그 리스트는
www.fas.harvard.edu/!expos에 있다. 학생들은 이 중에서 좋아하는 순서대로 8개의 코스를 고르면 된다. 주제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없다. 관심이 쏠리는 주제를 고르기도 하고 과거에 흥미를 갖지 않던 생소한 주제를 고르기도 한다.
학생들은 온라인 섹션 프로그램에서 프랑켄슈타인부터 맑스, 대법원 상고 사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종류의 자료를 읽는다. 또 이것을 소화하기 위해 '단편 소설의 기술, 표현의 자유, 셰익스피어, 인류학, 현대 미국 정치에서의 수사학, 학살의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한다. 학생들은 이 같은 주제에 대해 조사한 뒤 의문점을 제기하고 글로 엮어내는 훈련을 한다.
[읽고 논쟁하고 분석도 하지만 글쓰기와 첨삭이 핵심] 논증적 글쓰기 수업에서 글을 쓰는 주제는 반마다 다르지만, 이 강좌의 핵심은 글쓰기 공부에 있다. 생소한 주제에 대한 읽기자료를 읽고, 논쟁을 하고, 분석 훈련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글을 쓰고, 개별지도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제인 오스틴에 대한 글을 쓰든, 코미디에 관한 글을 쓰든, 민중 반란에 대한 글을 쓰든 주제의 내용과 종류에 관계없이 글쓰기를 익히는 수업 과정은 동일하다.
논증적 글쓰기 20의 교수진은 현역 학자와 작가들로 위와 같은 교습을 할 역량을 갖췄다. 이 교수들은 주제에 관해 방대한 내용을 다루기보다 주제를 압축하여 글쓰기와 토론을 하도록 훈련한다.
하버드대 글쓰기 수업에서 증명된 사실은 꾸준히 노력하면 문장력을 확실하게 기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글을 잘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업 의지다. 쉽게라도 글을 완성하는 데 급급한 학생들은 효과가 적다. 배운 내용을 복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글쓰기 방법을 창의적으로 개척하는 학생들은 실력이 쑥쑥 오른다.
하버드대에서는 <대학 글쓰기 도전>이란 교재도 발간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효과적인 방법을 안내한 책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