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저우 거위엔에는 수많은 종류의 대나무들이 곳곳에 피어 있다
최종명
중국 옛말에 '고기를 먹지 못할지언정, 대나무 없는 집에서 살 수 없다(宁可食无肉,不可居无竹)'고 했고 '고기를 먹지 못하면 수척해지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저속해진다(无肉则瘦,无竹则俗)'고도 했다. 그러니 거위엔은 운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일까.
정말 정원 입구부터 각종 대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 죽간이 곧게 뻗어 있는 대나무의 자세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정말 이렇게 대나무의 종류가 많을 줄 몰랐다. 그야말로 대나무 식물원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도서관인 총슈러우(叢書樓) 현판 글씨가 깔끔한 건물 2층 창문을 온통 나무넝쿨이 감싸고 있다. 수많은 정원과 누각을 봤지만 이처럼 아담하면서 예쁜 곳을 본 적이 없다. 책들을 모으는 곳에 넝쿨 우거진 미적 감각도 모았나 보다.
돌로 쌓은 높은 담벼락을 따라 들어서니 홍등이 한 쌍씩 걸려 있다. 좌우로 난 문을 따라 들어서면 주거공간이 나온다. 칭송탕(清颂堂) 현판이 걸려 있고 6칸의 갈색 빛이 도는 나무판에 연한 초록색으로 글씨가 써 있고 그 아래에는 거울과 화병이 하나 놓여 있다. 천장에 걸린 6각등은 썩지 않는 녹나무(楠木)로 만든 것이라 하는데 각 면마다 풍속도가 그려져 있어 고풍스럽다.
다시 좁은 복도를 지나 문 하나를 지나니 대나무가 푸릇푸릇 자라고 있는 정원이 다시 나오고 빙 둘러 담벼락이 둘러 있는데 그 사이로 둥근 문이 하나 있다. 그 문 위에는 담벽 바탕 위에 연한 초록색으로 '个園'이라 써 있다. '个'의 번체는 '個'이고 '園'의 간체는 '园'이니 아마도 최근에 쓴 글자일 것이다.
문을 들어서니 이위쉬엔(宜雨轩)이 나오는데 손님들의 숙소이기도 하고 민속악기 연주를 하는 곳이기도 한다. 바로 옆에는 인공으로 만든 작은 산과 연못이 있으니 연주를 들으며 풍류를 즐기던 곳인가 보다. 중국의 정원에는 대체로 이런 자산(假山)이 있는데 꽃과 나무를 보면서 햇살을 맞으며 산책하는 곳이다. 돌들을 쌓아서 만들게 되는데 비록 산이 높지는 않더라도 구불구불 미로처럼 곡선으로 연결해 놓아 걸어 오르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다.
2층 정도의 높이인 산에 좁게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오산러우(抱山楼)이다. 복도가 길게 연결된 이 누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산과 연못, 나무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이야말로 거위엔답게 만든 곳이라 할만하다. 더구나, 봄여름가을겨울 사철마다 그 풍광이나 감상이 다 다르다고 하니 운을 주고받으며 술 한잔 했음직하다. 연못 가운데 맑은 물놀이라는 뜻의 칭이팅(清漪亭)까지 둔 것도 그러한 배려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