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저우 옌청에 있는 옌쥔챠오 다리. 2500여 년 전 이 수성을 만든 엄족의 지도자 이름을 땄다
최종명
왕자는 백옥귀를 오나라 왕에게 보내고 군대를 빌어 화공으로 옌청을 무너트리고 엄군을 죽이고 엄족(奄族)을 멸망시키게 된다. 이 엄족은 ‘대(大)’와 ‘귀(龟)’를 합쳐 만든 글자로 귀족(龟族)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렇게 멸망 당해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다고 한다.
성 안으로 들어서니 큰 길 옆으로 문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아직은 번성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이곳이 다 완비되면 꽤 북적거릴 만큼 민가와 식당 등 거리 모습을 잘 정리해 뒀다. 길 한가운데는 명나라 시대의 진품 석각 수호신이 서 있다. 정말 오래된 진품처럼 많이 낡았지만 긴 칼을 앞에 차고 서 있는 모습이다.
이 거리를 지나니 돌로 만들어진 멋진 3개의 패방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오른쪽에 흐르는 하천과 왼편 푸른 수풀 사이로 웅장하고 품격 있게 서 있는 패방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제일 앞에 서 있는 것은 충의방(忠义坊)이라 부른다. 온갖 현란한 조각 기술로 동물과 사람, 강산과 나무를 새겨놓은 패방에는 하악일성(河岳日星)이라 쓰여있는데 ‘아래에는 강과 산이고 위세는 해와 별(下则为河岳,上则为日星)’ 말에서 따온 듯하다. 아래 부분에는 차지위대장부(此之谓大丈夫)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이 말은 <맹자(孟子)> ‘등문공하(滕文公下)’에 나오는 말로 ‘부귀에도 현혹되지 않고, 가난해도 지조를 잃지 않고,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아야(富贵不能淫,贫贱不能移,威武不能屈)’ 바로 대장부이라는 뜻이니 정말 충의를 기린다 하겠다.
이 패방은 아마도 청나라 중기시대 제작된 것이라 추측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패방을 입수해 설치한 옌청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문화혁명 당시 철거돼 훼손된 것이었다 한다. 높이는 7미터이고 너비는 6.1미터인 이 패방은 네 기둥과 3층으로 만들어졌으며 온갖 그림 중 죽림칠현의 형상과 함께 사자와 봉황 등이 음각된 것으로 봐서 화산(华山)의 관제묘(关帝庙)에 있던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