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22일 1박 2일 동안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저자 임종진 사진작가와 함께하는 저자와의 한밤 행사가 진행됐다.
오마이뉴스 한은희
시속 1.25킬로미터로 다가오는 봄을 가로질러 강화도에 다녀왔다. 오마이스쿨에서 김광석을 기억하며 열리는 '저자와의 만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사실 난 김광석의 키가 평균보다 작은지도, 웃는 모습이 하회탈 같은지도 몰랐다. 레코드사에 좋아하는 곡을 선곡해주면 공테이프에 녹음을 해주던 시절 난 그렇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뿐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에 대한 관심 전부는 카세트테이프에 남아있는 그의 노래가 다인 셈이다.
그런 내가 집을 나선 것이다. 세상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행사에 혼자 참석하는 것이라는 듯 길고 지루하게 이어진 지인의 설득이 있어서다. 하지만 때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넘어가 주는 설득 앞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지도 모르겠다.
광화문의 평범한 금요일(21일) 저녁. 출발하는 버스에 오르자 김광석의 노래가 흐른다. 그의 멜로디에 실린 사람들은 각자의 그리움을 또 다른 추억으로 담아 올 작은 기대를 품고 그렇게 서울을 빠져나가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달렸을 것이다.
김광석을 기억하는 사람들 버스가 강화에 도착하기 전 김광석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고 계셨던 천호영 기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전해진다. 오직 노래 부르기만을 원했던 그와의 만남과 죽음을 전해듣기까지의 이야기 속에는 아련함이 있었다. 자살을 결심하는 순간까지 고통받았을 힘든 시간들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미안하다는 마지막 말씀의 여운은 슬그머니 내 가슴에 남았다.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을 통해 사진 찍기를 원하는 사진작가 임종진. 그는 김광석의 조용한 열성팬이었다. 그의 노래 <거리에서>는 임종진 작가의 마음에 사라지지 않는 울림이 되었다고 한다. 앳된 모습으로 김광석과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처음 마주한 그들의 서먹한 관계를 증명하는 듯했다.
김광석의 작은 키에 맞춰 사진을 찍기 위해 키를 낮추고 남자인 그의 손을 잡았다던 그의 수줍은 고백은 이제 기억해야 하는 추억으로 남았다. 사진을 알지 못했던 시절 노출과 초점 따위가 엉망이라는 사진 속 김광석의 모습 속에는 연출되지 않은 편안함이 고스란히 남겼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 아련함,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이 전부일 것이다. 작가 임종진에게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김광석의 모습. 그의 기억 속에 함께 한 우리는 한 남자의 세월 속에 간직되었던 김광석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