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한 2부초대가수 이성호씨와 함께 한 추억의 순간
이동현
3시간에 가까운 임종진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김광석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의 작은 축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새벽'이란 노래모임에서 김광석과 함께 활동했던 '이성호'가 그를 대신해 초대 가수로 한걸음에 와주었다.
가장 바쁜 금요일 장사를 내팽개치고 온 사람치고는 너무 싱글벙글한다. 김광석을 다시 따뜻하게 추억하게 해준 임종진과 이성호를 통해 다시 한 번 김광석을 느끼기 위해 모인 이들. '거리에서'를 시작으로 계속 이어진 노래와 이야기들 속에서 그들은 김광석과 진정하나가 된다.
"광석이형이 콘서트에서 '안녕'으로 시작해서 '행복하세요'로 마무리했잖아요. 아는 사람 만날 때도 똑같았어요. 하회탈 같은 얼굴로 '안녕'하더니 꼭 헤어질 때는 '행복해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어요. 정말 사람들이 많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박하고 맑은 그런 형이었는데……."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김광석의 추억담을 풀어놓은 이성호의 눈가로 눈물이 흘렀다. 김광석이 세상을 등진 지 12년 만에 흘리는 눈물이란다. 그런 소박한 김광석에 대한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가객 김광석이 아닌 인간 김광석을 보고 싶었던 오래된 팬들의 바람이었다.
"키 정말 작아요?""(웃음) 자기가 들고 다니는 기타보다 조금 커요.""성격은 어땠어요?" "음, 자기 것을 못 챙기는 사람이에요. 나 같으면 그 정도 돈 벌었으면 큰 빌딩 하나는 사놓았을 거예요, 그런데 형은 쓸 줄도 모르고 너무 검소했어요. 남한테 싫은 소리도 못하고.""돈 많이 버셨어요?""그럼요. 꽤 벌었지요. 그런데 1000회 콘서트 때 형이 자기 보고 돈 버는 기계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노래만 하고 싶었는데 그것뿐이었다고. 참 바보 같은 사람이죠. 난 그런 형이 꿈이에요."어느 새 이성호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 차있었다. 임종진도 강의 때보다 긴장이 풀어진 편안한 모습이었다. 김광석도 거기 있는 듯했고, 관객들 모두 마이크를 잡고 김광석 노래를 한곡씩 불렀다.
임종진은 '나무'란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김광석이 화려한 꽃잎보다 수수한 나무를 닮았기 때문이란다. 임종진의 노래가 끝날 무렵, 악보가 떨어졌다. 이성호가 악보를 주워들어 다시 펴며 말했다.
"나 김광석 비디오 자료 좋은 것으로 희귀본 있는데, 이거랑 바꿀래요?""(머리를 긁적이며) 아, 그게 그 모음집에 막내 동생이 글 써놓은 게 있어서…"임종진은 핑계 아닌 핑계로 거절을 표현했다. 여기저기서 "저거 절판되었는데" "좋겠다"하는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너덜너덜해진 '김광석 노래 모음집' 하나에 어른들의 눈빛이 쏠렸다. 무엇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이토록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을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광석이 형이 32살에 갔잖아요. 나는 이제 마흔이 훌쩍 넘었어요. 그런데 그는 아직 어린 모습 그대로예요. 더 이상 슬퍼하고 그리워할 대상이 아니라, 이제 어린 그를 보듬어 줘야할 것 같아요."이성호는 콘서트의 마지막 노래를 '일어나'로 정했다. 모두 '일어나' 밖에서 비공식 뒤풀이 콘서트를 하자는 이야기다. 모두 김광석이 좋아하는 막걸리 한 사발을 들고 '일어나'를 외치며 밖으로 나갔다. 살갗을 차갑게 적시는 새벽이슬에 모닥불이 비쳤다. 그때가 5시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맑은 눈망울로 김광석을 추억하고 있었다. <작가와의 한밤>은 김광석에게도 행복한 한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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