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공천 무엇인 문제인가?

[주장] 각 당이 공천의 후유증을 반복하여 겪고 있는 후진정치

등록 2008.03.24 14:06수정 2008.03.2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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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냉담하고 정치인들은 아귀다툼에 여념이 없다. 어떤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번 총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유권자의 52%라고 한다. 실제 투표율이 여론조사보다 낮았던 전례에 비춰보면 총선사상 최저의 투표율이 예상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서로 삿대질에 바쁘고 연일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하향식 공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권력투쟁의 도구가 된 공천권

 

보통 정치인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유권자들의 마음이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정치생명이 끝나고 만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인들은 가장 신경 쓰는 요소가 국민의 마음이 아니다. 국민 앞에 나서서 지지를 호소하기 전에 먼저 챙겨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지역주의에 의한 몰표와 공천이다.

 

한나라당의 공천장으로 호남에 출마하면 백전백패이다. 민주당의 공천장으로 영남에 출마하면 이 역시 백전백패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각기 지역의 몰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얻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몰표는 곧 당선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이다. 당연히 가장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당의 어느 지역구에 공천을 받느냐 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지역주의 정당의 공천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곤 한다. 한나라당의 영남공천, 민주당의 호남공천, 자유선진당의 충청공천은 그래서 정치인에게 엄청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력 정당들이 모두 공천심사위를 통한 하향식 공천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공천권을 얻기 위해서 유력 정치인에게 줄 서는 일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줄세우고 계파정치를 시작하면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은 가열될 수밖에 없다. 누가 자파의 정치인을 많이 공천하고 당선시켜서 입지를 넓히느냐에 따라서 더 많은 권력을 획득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경우 당정 분리를 실시하며 공천권을 대부분 최대 계파의 수장인 정동영과 김근태가 행사하였다.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였지만 창당 초기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략 공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자파의 정치인을 공천하고 당선시킨 계파 보스들은 총선 후 줄곧 권력다툼을 벌였다. 여당이었음에도 필요에 따라 대통령도 흔들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국민의 외면을 더욱 재촉하였고, 공멸의 상황에 직면한다.

 

지금 통합민주당의 공천도 역시 그렇게 지분싸움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출신이 당 대표를 맡으면서 공천을 자신의 지분확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있다. 특히 탈 DJ, 탈 노무현, 탈 정동영을 지향하는 공천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외부인이 공천심사위를 주도하고 있다곤 하지만 역시 현직 당 대표와 주요 당직자의 뜻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차기 대권후보 자리를 위한 포석으로 경쟁자의 힘을 빼고 자신의 힘을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심각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자신의 의사를 따르는 국회의원을 많이 확보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권주자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박근혜계의 노력도 필사적일 것이다. 거기에다 대통령의 측근들은 박근혜계를 견제하려 할 것이고, 심지어 자신들끼리 권력투쟁을 벌일 수도 있다.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천을 하려고 노력하며 자연스럽게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외부인사를 참여시켜서 객관화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천은 매우 중요한 권력투쟁의 수단일 뿐이다. 하향식 공천은 결국 민심과는 관계없이 누군가의 평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객관성은 확보할 방법이 없다. 특정한 계파는 공천에 의하여 고사되기도 하고, 특정한 계파는 더욱 확실한 지분을 획득하기도 하는 것이다.

 

정당정치의 구조적 한계

 

공천을 두고 사활을 건 싸움이 계속 벌어지는 현상은 지금 한국의 정치구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정당이 정책의 지향성에 따라 분화되고 경쟁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우리의 정당들은 그렇지 못하다. 지역구도를 기반으로 할거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 차이와 정체성은 구분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누가 어느 지역에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하느냐가 당락을 가르는 것은 공천권을 둘러싼 쟁투를 강화할 뿐이다.

 

신의가 없는 정치인들이 판을 친다. 서로 간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오히려 희귀한 일이다. 아쉬운 때는 서로 손을 잡고 이해가 갈리면 곧장 등을 돌릴 뿐 아니라 상대를 말살하려 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 믿지 못하여 점점 더 공천권을 놓고 다투게 된다. 언제 등을 돌리고 적대할지 모르는 사람들과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선거 때면 난무하는 철새들의 향연은 신의 없는 정치를 더욱 심화시킨다.

 

지역주의에 기대고, 신의없이 이합집산하는 정치는 정당의 정체성을 흐리곤 한다. 그래서 정당의 수명이 매우 짧고, 당을 깨고 다시 만드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당들이 정체성 없이 부유하는 동안 유권자는 혼동을 느낀다. 지속적으로 정체성을 가다듬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정당이 없으니 국민의 의사를 투영하는 정치는 불가능하다. 좋지 않은 정치권의 행태가 서로 악순환의 고리를 끝없이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단명하고, 정체성을 확고히 수립되지 않으며, 지역구도에만 기대는 정치는 국민과 유리된다. 국민과 유리된 정당들은 여전히 기존의 구도에 의존한 공천다툼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정치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것을 넘고자 하면 단기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시도를 하면서 묵묵히 정도를 걷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 참여와 상향식 정치가 해답이다

 

정치인들이 서로 이익을 나누고 다투면 항상 분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각기 이해다툼을 벌이는 동안 국민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투표율이 30%로 낮아질 만큼 정치 혐오증이 심해도 정치인들은 그리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은 국민에게 있지 않고 공천권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 줄서기를 잘하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보다 훨씬 쉽게 이익을 얻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치인들끼리 협잡하고 나누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의사를 정치에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정치가 가장 훌륭한 정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공천권을 다투고 나누는 일을 국민의 손으로 되돌려야 마땅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상향식 정치이다. 각 정당이 당원들의 손에 공천권을 넘겨주고 정치인들은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몰두하면 된다. 잠시 눈속임을 위해 외부의 명망 있는 인사를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의사를 저절로 반영해주지는 못한다. 그저 국민의 지지도 얻고, 정적도 제거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상향식 공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만이 정치인들이 공천을 놓고 벌이는 아귀다툼을 피하는 길이다.

 

상향식 정치는 선거는 물론 공천까지 국민의 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달리 정치인들이 서로 의심하고 다툴 소지가 없다. 부작용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동원정치와 포퓰리즘은 참여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키우면 될 일이다. 시작도 해보지 않고 부작용만 나열하여 현상유지를 주장해선 안 될 일이다. 물론 국민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성패의 열쇠가 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인들이 서로 나누고 뺏고 빼앗기는 공천은 국민의 주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공천을 가지고 자신들끼리 다툴 일이 아닌 것이다. 국민의 판단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다. 국민이 좋다는 인사를 정치인들이 희생시켜선 안 된다. 국민이 싫다는 인사를 억지로 공천하여 지지를 강요하는 것은 불경죄이다. 공천에 대한 판단도 국민이 하도록 맡기고 국민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의 본분이다.

 

공천싸움으로 날을 지새는 여야 정당들의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누구를 뽑을 것인지는 당신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국민에게 주권을 온전히 돌려주려면 공천부터 완전한 상향식으로 바꿔야 옳다. 마음대로 끼워 맞춰서 지지만을 강요하는 것은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운 일이다. 부디 상향식 정치가 지금이라도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3.24 14:0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공천파문 #상향식 공천 #권력투쟁 #주권자의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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