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된장국 기본 상차림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조찬현
주머니가 얇아도 좋은 부담 없는 맛집할매된장국(찌개)도 제법 먹을 만하다. 5000원 한상에 무려 반찬이 아홉가지다. 된장찌개에 찬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반찬이 적으면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반찬도 제법 맛이 있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참나물은 조선간장을 치고 참기름과 마늘 다진 것 넣고 버무렸다. 고추장아찌는 소금물에 염장을 해서 집에서 담근 멸치젓에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들었다는데 한 입 깨물어보니 고추가 무르지 않고 단단해서 식감이 참 좋다.
식초와 고추장 설탕 약간을 넣어 무쳐낸 도라지무침은 새콤달콤하다. 거기에다 도라지 특유의 쌉쌀함이 더해져 식욕을 돋운다. 다른 찬들도 다 무난하다.
'단골보다는 뜨내기손님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데 뭐 별 수 있겠어?' 했던 처음의 생각이 확 바뀌는 순간이다. 이곳에서 맛본 할매된장국(찌개)은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담겼다. 어릴 적 고향에서 맛보았던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진다.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데 이 집 음식 맛의 비법은 장맛에 있는 듯하다. 대대로 내려온 전통비법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 빚어낸 된장 맛에.
세계적인 발효음식인 된장이 들어가는 음식에는 모정과 옛 추억이 담겼다. 옛 추억을 회상하고 여행의 여독을 풀어내는 데에는 된장국이 아주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