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앞두고 기륭전자, 이랜드, 뉴코아 노조원들이 3일 청와대 앞에서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며 비정규직 철폐 등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남소연
판매대에 선 여성노동자들에게 방광염(오줌소태)은 어느새 '직업병'이다. 비정규직이기에 생리현상을 풀 자유도 없다. 그게 이 땅의 일터 현실이다.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더는 "노예나 짐승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여성 앞에서, 오줌소태로 고통 받는 여성 앞에서, 더구나 두 여성 모두 일터에서 쫓겨난 상황 앞에서, 묻고 싶다. 똥물을 먹은 여성 노동자를 떠올리는 게 과연 과도한가를.
분명히 증언한다.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 똥물을 먹을 때 대다수 국민은 사실조차 몰랐다. 박정희 찬가에 앞 다투던 신문과 방송이 모르쇠 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오늘 저 부자신문을 보라.
아니, 부자신문만이 아니다. 텔레비전에 넘쳐나는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보라. 그곳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나오는가. 재벌의 딸이나 아들은 드라마마다 넘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마음대로 잘려도 아무 것도 못 하는" 청소용역 여성은, "노예나 짐승처럼 살아가는" 일하는 여성은, 오줌소태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아름다운 여성은,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다. 1978년 봄을 살아갔던 사람들 대다수가 동일방직 '똥물'을 몰랐듯이 여전히 우리는 2008년 봄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여성노동자의 '오줌소태'를 모른다.
신자유주의 시대 민중운동 새 길 열어가는 사람들그 결과다. 주저 없이 "민중의 시대는 갔다"고 부르댄다. '민중'을 거론하면 '1980년대식 논리'라고 눈 흘긴다. 기막힌 노릇이다.
저 엄혹한 시절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 1980년대 민중운동을 열었듯이, 오늘을 살아가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시대 민중운동의 새 길을 열어가고 있다.
다만, 30년 전에도 그랬듯이 우리 대다수가 미처 인식하지 못할 따름이다. 스스로 민중이면서도 민중임을 망각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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