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전에서 17시간 걸려서 하이커우에 도착
최종명
밤 10시가 넘자 광둥성 서남부 도시인 잔장(湛江) 부근에서 갑자기 버스가 정차하길래 내렸더니 차 바퀴를 교체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떠날 생각을 하지 않길래 봤더니 앞 바퀴와 뒤 바퀴 모두 6개를 다 교체한다는 것이다. 1시간 30분 동안 하릴없이 기다렸다.
다시 버스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하이안(海安) 항구에 도착했다. 하이안과 하이커우 사이는 바다라서 배에 버스를 싣게 된다. 배 속에 버스가 서자 이번에는 배에 차량이 다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1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배가 출발했다. 정말 배 위에서 버스가 굴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려 17시간 걸려 하이커우(海口) 항구에 도착했다. 새벽 4시가 넘었다. 겨우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몇 시간 머물 생각으로 여행책자에서 찾은 PC방으로 갔다. 그런데, 없어진 지 오래라고 한다. 새벽 거리에는 술 취한 사람들이 많다. 정확하게는 좀 겁이 났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새벽을 헤매는 일은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다. 호텔들을 찾았는데 다 싸구려밖에 안 보인다. 어렵게 호텔을 하나 찾아 여권을 내밀었더니 외국인 숙박 허용이 안 된다고 다른 곳으로 가보란다. 사실 우리나라 여인숙 수준이니 그럴 만도 하다.
옆 호텔로 가서 사정을 했다. 마침 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으니 가능했다. 5시간 정도만 자고 가니 상관 없지 않냐고 했더니 숙박부에 기록도 하지 않고 열쇠를 내준다. 너무 피곤하면 잠이 잘 오지 않는 법. 오랫동안 버스를 탄 것보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일 듯하다.
겨우 몇 시간 잠을 잤다. 12시 전에 나가야 하는 부담 때문인지 대충 씻고 짐을 챙겨 나왔다.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 거리의 원창(文昌)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