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마운틴 한 편에서 구름이 쏟아진다. 마치 하얀 테이블보가 바닥으로 떨어지듯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흐르는 구름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조수영
정상의 날씨는 그야말로 변덕이 죽끓듯 했다. 햇빛이 쨍쨍하다가도 구름에 가리면 금세 추워지고 바람이 거세졌다. 절벽을 내려다보는데 구름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구름은 점점 더 커지더니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구름 속에 들어온 것이다. 한참을 구름 속을 헤치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순식간에 모든 게 걷히고 눈앞이 뻥 뚫렸다.
낮은 고도인데도 이 곳에 구름이 생기는 이유는 공기의 강한 상승기류 때문이다.
테이블마운틴의 경우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에 실려 온 공기가 급하게 상승하게 되면서 온도가 떨어지고, 이 때 공기 중에 수증기가 물방울이나 얼음알갱이로 응결되면서 구름이 만들어진다.
문득 예전에 유행했던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나비 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모자 벗겨오지'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같은 시각, 시내에서 올려다 본 테이블마운틴은 마치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듯한 모습일 거다.
'악마의 봉우리'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건만정상의 안내문에는 "테이블마운틴은 동서로 3㎞, 남북으로 10㎞ 이어지는데 반대편 끝에서는 악마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10㎞ 단거리마라톤을 45분에 달린 기록이 있으니 여유있게 2배, 3시간이면 악마의 봉우리를 보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달렸다. 도중에 예쁜 야생화가 있어도, 귀여운 망구스가 보여도 악마의 봉우리를 보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2시간을 달렸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지점부터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안개가 깊어지면서 귀신이 나올 듯한 돌무덤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테이블마운틴의 끝이라고 쓰여 있는데, 악마의 봉우리는커녕 구름 속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이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달렸는데 되돌아갈 수도 그렇다고 앞으로 더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개는 더욱 깊어져 오던 길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 속에 갇혀서 방향도 거리감각도 잃어버렸다. 주변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보았던 바위모양을 기억하며 겨우 방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