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재벌과 관료, 조중동 연합이 이긴 거다. 그간의 정책이 노골화되는 거지 정권교체가 이뤄진 게 아니다. 복지를 떨궈내고 시장 쪽으로 가는 거니까. 그렇다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민노당이 대안이어야 하는데 국민적으로는 운동권 정당, 데모정당, 민주노총당, 친북당 이렇다."
기본적으로 CEO는 독재자다. 기업은 독재를 인정해주고, 결과에 따라 계속 고용하거나 자른다. 기업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 그가 교육민영화 등을 주장할 때 보면 본인 스스로 신자유주의자라고 말하지 않지만 노무현보다 더한 신자유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문국현의 지지율이 5%다. 민노당은 3%다.
"개인이 아무리 매력이 있다 해도 그는 지역기반도, 확실한 당적 기반도 없다. 노무현의 3%와 문국현의 5%는 큰 차이가 있다. 3+2 가운데 2%는 <오마이뉴스>의 힘이다. 노무현은 민주당에서 안 떨어지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문국현은 그마저도 없었다.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 그런 기반 없어서 10% 절대 못 넘을 거라고 봤는데 내 예상이 맞았다. 조직까지 있는 민노당이 5%도 못했다는 것은 정말…."
다시 전체가 공동체적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말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다. 더 이상 신자유주의에 복지를 끼워넣는 방식은 효용이 없어졌다. 이명박은 복지정책도 안 할 거다. 걱정이다. 정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명박씨가 과반을 차지했다. 진보가 왜 망했나. 원인이 어디에 있나.
"두 가지다. 하나는 포스트노무현 프레임을 만들지 못했다. 또 하나는 '친노 대 반노' 프레임이 2007년 대선까지 지속됐다. 이번 대선이 이명박 승리로 끝난 것은 지난 5년간 참여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민심 이반의 결과다. 문제는 참여정부에 대한 대중의 지지기반 붕괴에 따른 대안적 비전을 만들지 못했다는 거다.
대안적 프레임은 두 가지다. 대안적 인물과 정책비전이다. 참여정부의 실패는 조중동을 포함한 보수세력이 구성해낸 50%의 가공 이미지가 있다고 본다. 나머지 50%는 객관적인 정책 실패다. 그런데 참여정부 주체들은 그 '실패의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2007년 대선에 지속적으로 항변하는 방식으로 결합했다. 조중동은 새로운 대선 후보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노무현에 대한 투표로 몰고 갔다."
-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는 사실상 DJ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 바 있다.
"노무현은 앞선 DJ정부와의 단절을 대북특검으로 구현했다. 노무현 집권세력은 DJ로부터의 연속뿐만 아니라 강력한 단절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치세력은 새 세력에게 '탈노무현'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실제 정동영 자체는 좋은 후보지만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참여정부와 내가 다르다고 호소하는 게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그건 난센스였다. 물론 정 후보는 선거 중후반을 넘으면서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놨다. 신혼부부 주거문제나 헌법에 주거권 포함하기, 대학평준화 등 기존 '노무현의 프레임'을 넘는 정책을 선보였다."
- '친노-반노' 구도가 올 대선까지 이어진 이유가 뭔가. 노무현 스스로 만든 면도 있나.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 억울하겠지만 50%는 객관적 실패다. 노무현 정부는 많은 지식인들이 잘못된 평가에 쉽게 편승한다고 항변한다. 물론 일정한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런 면에서 보자면 DJ도 억울하고, 전두환도 억울하고 박정희도 억울한 면이 있는 거다.
노무현정부는 원숙하지 못했고 통치의 미덕을 보여주지 못했다. 언술과 언행에서 많은 반대파를 양산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대선에서 여당 집권당이 참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97년에도 여당은 야당에 39만표로 졌고, 2002년에도 57만표로 졌다. 적은 표로 진다. 집권당 재임 기간에 이렇게 붕괴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 면에서 진보개혁세력은 긴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 선거 막판에 단일화 요구가 거셌다.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이 상징하는 바가 뭐냐.
"문국현이 열어준 정치 공간은 대중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여당의 선거후보가 결정됨으로써 출현하게 됐다. 이 요구는 노무현 정부로부터 이반했지만 개혁적 후보에 대한 국민적 요구라고 본다. 참여정부에는 실망했지만 그래도 개혁후보에 대한 지지의 끈을 놓지 않는 후보에 대한 열망이 있는 것이다. 문국현 후보가 이번에 단일화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적 생존노력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비민노당-비신당적 정치공간이 열려야 하는데 이것은 통상적 분석으로 볼 때 협소하다. 문제는 이 공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민노당의 문제가 있다."
- 이명박 강연 동영상이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그런데도 MB의 지지율엔 변화가 없었다.
"노무현에 대해서는 국민적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이명박에 대해서는 깨끗해야 한다는 요구조차 없다. 역설적 현상이 있다.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높은 기대를 가졌는데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은 데 따른 거대한 실망감이 있는 거다. 참여정부의 사회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 신보수주의적 방향이 있다. 이 상황에서 국민들은 민노당이 상정하는 급진적 의제는 너무 장기적이어서 선택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국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명박을 지속적으로 지지했다고 본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노무현에 대한 투표였다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한국에서의 신보수주의 시대, 신보수당 정권의 개막"
- 이명박 정부의 구조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한국에서의 신보수주의 시대, 신보수당 정권의 개막이라고 볼 수 있다. 박정희를 구보수로 규정한다면, 이명박은 신보수다. 신자유주의시대에 조응하는 시장주의적 보수다. 이것은 박정희 시대의 개발주의적 측면을 신자유주의시대로 새롭게 구현하면서 변형시키고 있다.
환경문제도 개발주의 방식으로 푸는 식이다. 또 보수가 재집권하는 시대적 역전의 성격이 있다. BBK사건에서 보듯이 이명박 당선자는 흠결이 있는 신보수다. 과거 보수세력이 가졌던 이미지로부터 깨끗하게 단절하지 못했다. 잠재적으로는 신권위주의 요소도 갖고 있다. 과거 박정희시대의 불도저식 개발드라이브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구보수와 동일시하는 것은 반대다."
- 특검정국 속에서 이명박은 어떤 정부가 되겠나.
"구보수의 부패 이미지와 연속적이 되는 약체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가 선진화를 말하지만 선진국형 보수가 되기에는 아직 많이 미흡하다. 실제 신개발주의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친기업적 요소를 정책에 많이 반영하면 많은 저항에 부딪힐 거다. 따라서 한국의 보수는 박정희의 장점만 배우지 말고 부정적 측면도 배워야 한다. 분배문제를 오히려 고민해야 한다."
- 신보수주의시대의 개막 이후 시민사회의 향방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참여정부하에서 보수의 능동화 현상이 확대됐다. 뉴라이트가 새롭게 조직화됐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개혁이 시대정신이 되면서 시민사회 내 진보적 헤게모니가 있었다. 그러나 이 시민사회가 참여정부하에서 반사이익을 받으면서 보수진영의 운동이 목소리를 높여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그 결과로 진보운동과 보수운동의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 보수 미디어가 주로 개혁진보 시민단체를 친정부적이라고 매도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못할 거다.
또한 한국의 신보수는 개혁적 시민단체들이 정치화됐다고 비판해왔는데 뉴라이트 또한 과도한 정치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유석춘 교수는 이회창 캠프에서 활동했다. 뉴라이트가 개혁적 시민단체를 비판할 때 요구했던 비정치성이라는 잣대가 유효하지 않을 거다."
- 이번 대선에서 '정치인 386'이 반성할 점은 없나. 총선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걸로 보나.
"386들은 80년대 치열한 정치적 개혁주의를 뛰어넘어서 스스로 성찰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아마도 386은 거대한 시련을 맞을 거다. 당내 경선조차도 시련이 될 거다."
- 보수정권의 등장, 진보의 돌파구는 뭐라고 보나.
"신보수주의 시대의 개막에 시민사회는 사회공공성 중심으로 국민적 전선을 만들어내야 한다. 신보수당 정부가 극단적인 친기업적으로 경도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세력이 집권세력과의 정책적 소통으로서만 자기 의제를 실현하기보다는 운동으로서 자기역할을 다하는 게 필요하다. 정치적 개혁주의만으로는 대중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개혁주의에 대한 성찰적 고민이 폭넓게 있어야 한다."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노무현 정부의 오만이 국민 반감 자극했다"
- 87년 민주항쟁 20년을 맞은 올해 10년 만에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진보는 왜 졌나.
"민주정부가 10년간 집권했지만 제대로 못한 게 많았다. 정치적-사회적 민주화는 이뤘지만 경제민주화는 관료 모피아에 휘둘려 정책능력을 발현하지 못했다. 참여정부 5년간 양극화 해결 못 했다. 공공성에 뿌리박은 민주주의정신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확산되지 못했다. 또 자신들만이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이 국민들로부터 반감을 자극했다. 결국 바꿔보자는 심판이 이뤄진 거다."
- 이명박 시대, 한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하나.
"보수언론은 지난 5년간 참여정부 무능론이나 경제가 어렵다는 식으로 국민의 정서를 자극했다. 언론이 이렇게 쓰도록 참여정부가 원인제공을 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조중동이 서민경제를 챙긴 것도 아니다. 기득권과 재벌의 논리를 선전하기 바빴다.
검찰과 경제정책을 다루는 국세청 등 모든 국가기관들이 참여정부의 기조와 달리 기득권 옹호에 적극적이었다. 노 대통령이 정권은 잡았지만 5년 내내 관료장악은 안 됐던 거다. 이명박시대가 열리면 투명성이 상당히 걱정된다. 참여정부에서는 그간 권위주의 타파나 투명성은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정말 우려된다."
- 선거 막판에 시민사회 원로가 단일화를 촉구했지만 불발됐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반이명박 전선'을 위해 무조건 단일화하라고 촉구한 것은 아니었다. 단일화에 요구되는 가치와 정책, 일정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선을 앞둔 시기의 '선거연합' 방식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87년 대선 때부터 거세게 일었던 '후보 단일화 논쟁'과는 궤를 같이 한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언론에 나타난 것만으로 보자면,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가 아니라 반이명박 전선으로 보였던 측면이 있다. 그것만 부각시켰으니까. 시민사회에서는 문국현 후보에게 막판사퇴를 제안하는 방식의 고민을 하긴 했었다.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사퇴하라는 게 아니라 차기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지도력 창출을 위해 아껴야 할 리더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와 함께 했던 정치인 386의 정치적 생명은 이미 끝난 걸로 봐야 한다."
- 문국현 캠프에 시민사회 일부 세력이 합세했다.
"캠프 중앙 단위에 들어간 사람은 없다. 문 후보의 한 비서는 생명의 숲에서 활동했지만 시민운동의 주류라고 보기 어렵다. 참여연대 협동처장을 거친 장유식 변호사는 한동안 쉬다 문 캠프에 합류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민사회운동진영이 결의해서 문국현 캠프로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
- 문국현 후보가 사실상 단일화를 거부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문국현 후보가 내세운 가치와 정책은 이번 대선의 선거판을 흔들 정도의 중대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몇 개월 만에 지지층이 늘어나는 것은 큰 변화다. 다만 선거에 중대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그는 CEO였다. 현실정치의 맥락을 잘 읽지 못한 측면이 있다. 처음부터 정동영과 문국현의 단일화는 쉽지 않았다. 왜 단일화를 해야 하는가 원칙이 불분명했다. '재집권'을 위한 것 이상으로 해석될 게 없었다. 단일화가 된다고 해서 정 지지자가 문을 지지하고, 문 지지자가 정을 지지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 거다. 부동층을 움직일 가능성은 있지만 말이다."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이상해지는 사회... 돈의 논리로 무한경쟁시대 열릴 것"
- 반노정서가 왜 이리도 깊이 뿌리박혔나.
"결국 진보가 신자유주의적 성장논리의 주류담론을 깨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양극화와 소득격차가 심해졌고 하위계층의 삶의 질이 나빠졌다. 참여정부의 보육정책만 놓고 보면, 민간보육시설의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사회도 참여정부에 실망했다. 다수 국민들은 노무현정부에 상당한 기대를 했지만 결국 스스로 내 삶을 건지지 못하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논리가 팽배해졌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경쟁에 뛰어드는 구조가 된 거다. 40대는 민주주의를 세운 세대다. 그런데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이상해지는 사회가 됐다. 이게 문제다."
- 이명박 시대의 진보운동 전망은 어떻게 되나.
"BBK 주가조작사건 의혹규명을 위한 시민사회의 비상시국회의는 계속 간다. BBK 특검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반드시 특검을 통해 모든 진실이 규명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계가 작용될 거다. 지속적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제기될 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피로도가 증폭될 거다. 정치에 희망을 느끼지 못한 국민들은 다른 희망을 찾아 나설 것이다. 시민사회가 이런 때 국민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들이 언론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자기의 냉철한 판단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사회운동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운동에 나서야 한다."
- 이명박 시대 어떻게 구현될 거라고 보나.
"유신시절처럼 국가보안법으로 폭압하는 형태는 아닐 거라고 본다. 절차적 민주화나 합리성은 갖출 것이다. 이명박씨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올드 보수는 아니다. 다만 좀 더 교묘한 방식으로 나갈 것이다. 그게 바로 시장중심성이다. 지금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아니다. 시장 경쟁력이 약한 사람이 탈락하는 구조로 간다는 게 문제다. 집요하게 시장논리가 추진될 거다. 돈의 논리로 인한 무한경쟁시대가 열릴 거다. 시민사회는 무조건 그 같은 사회가 열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2007.12.20 11:09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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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수시대 개막, 재벌-관료-조중동 연합전선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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