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 기차역 2층 주차장 앞의 리식 거리
김성호
요하네스버그는 '성 요한의 도시'라는 뜻파크 스테이션 기차역의 2층 주차장으로 나와 마주하게 되는, 언덕 위로 오르는 도로의 이름은 ‘리식 거리(Rissik St)’이다. 기차역의 오른쪽 아래 길과 뒤쪽의 공원은 ‘요우베르트 거리(Joubert St)’와 ‘요우베르트 공원’이다. 리식과 요우베르트는 현재 요하네스버그 이름을 지은 옛 트란스발 공화국의 감독관들이다.
19세기말 당시 트란스발 공화국의 국유지 감독관청의 감독관이었던 요한 리식(Johann Rissik)과 크리스티안 요하네스 요우베르트(Christiaan Johannes Joubert)가 토지조사를 나왔다가 자신들의 이름인 ‘요하네스(요한)’에다 도시라는 뜻의 ‘버그’를 붙여 요하네스버그로 이름을 지었다.
네덜란드어로 ‘요하네스(요한)’는 영어의 ‘성 요한(St. John)’을 의미하고, ‘버그’는 도시를 뜻하기 때문에 요하네스버그는 ‘성 요한의 도시’라는 의미를 갖는다. 요하네스버그의 이름은 네덜란드계 보어인들이 처음으로 도시 이름을 지을 때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그런데 발음은 네덜란드어와 영어의 짬뽕이다. 요하네스버그의 ‘요하네스’는 네덜란드어 발음이고, ‘버그’는 영국식 발음이 합쳐진 것이다. 순수한 네덜란드식 ‘요하네스부르크’도 아니고, 영어식 ‘조해니스버그’도 아니니 이런 혼란스런 지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아공의 지명은 이처럼 네덜란드 백인과 영국 백인이 아프리카 역사나 전통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유럽 선조나 유럽 방식대로 멋대로 이름을 붙이다 보니 그 연원을 알기도 어렵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도시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이다. 고대 독일어에서 갈라져 나와 독일어와 발음과 뜻이 비슷한 네덜란드어를 바탕으로 한 아프리칸스어는 남아공에서 변형되다보니 더욱 복잡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여기에 영국식 발음까지 더해지면서 한마디로 남아공 도시 지명 이름이 ‘잡탕’이 되었다.
남아공의 지명에는 지금도 네덜란드와 영국의 식민지 영향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남아공의 주인인 흑인의 역사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름이다 보니 남아공 지명에서는 아프리카의 역사성은커녕 정체성도 찾을 수가 없다. 실제로 남아공의 도시나 유적지 이름은 현지인들도 제각각 부르기 때문에 통일이 되어 있지 않다. 말 자체가 짬뽕이기 때문에 발음도 잡탕일 수밖에 없다.
요하네스버그는 조하네스버그로도 부르고, 가우텡은 하우텡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비트바터스랜드는 비트바테르스란트 또는 위트워터스랜드라고 부르고, 후트만은 호우트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아공 역시 다른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고유문자가 없다보니 영어의 알파벳과 같은 로마자(라틴문자)를 빌어다 쓰고 있는데, 지명은 영어와 네덜란드어의 혼합이다 보니 발음이 영어식 발음과 네덜란드어식 발음이 섞여 어렵고 혼란스럽다.
남아공을 여행하다보면 우리에게는 낯선 독일식 발음과 비슷한 아프리칸스어 이름이 많이 남아 있다. 남아공 백인정권의 위임통치 이전 독일의 식민지였던 나미비아도 마찬가지이다. 후크(Hoek, 코너), 베르크(Berg, 산), 부르크(Burg, 타운, 작은 도시), 보스(Bos, 수풀), 브라이(Braai, 바비큐), 달(Dal, Daal, 계곡), 스타트(Stad, 도시), 스타지(Stagie, 역), 플라이(Vlei, 습지), 플라이스(Vleis, 고기), 폰테인(Fontein, 샘), 코피(Kopje, 작은 언덕), 도르프(Dorp, 마을), 크랄(Kraal, 요새화된 마을), 펠트(Veld, 평야), 바이(Baai, 바다의 만), 카프(Kap, 곶), 스트라트(Straat, 거리), 케르크(Kerk, 교회), 스트란트(Strand, 모래사장)….
남아공의 모든 지명과 발음은 하나의 통일된 기준으로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기준은 오랫동안 원주민으로 살아온 대중들의 생활 속에서 나온 쉬운 발음이다. 원주민인 반투어를 중심으로 한 실제 발음과 통일된 문자화일 것이다. 세종대왕이 우리 글자인 한글을 창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나라 문자인 한자를 빌어다 쓰다 보니 대중의 실제 발음과 달라 어렵고, 통일성이 없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