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 솔리테어에서 웰비스 베이로 가는 길의 남회귀선 표지판
로렌스 스미스(나의 우간다 여행 동료)
남회귀선을 지나면서 종교와 과학을 생각한다팔라피에를 거쳐 마할라피에를 지나자 특이한 팻말이 도로에 서 있다.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이란 표지판이다. 나는 아프리카 종단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적도와 남회귀선을 통과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적도와 남회귀선은 지리교과서를 통해 머릿속에만 있었지,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눈으로 봐야 만져지지, 머리로만 생각하면 피부에 와 닿지가 않는다. 머릿속에서 빙빙 돌다 개념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적도와 남회귀선이 그렇다. 적도는 푹푹 찌는 더위로 다가오고, 남회귀선은 미국 작가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남회귀선>으로 떠오른다. 나는 아프리카에서 적도와 남회귀선을 내 머릿속이 아니라, 내 눈으로 보았다. 적도는 케냐와 우간다에서 두 번 버스를 타고 지나가고, 남회귀선은 보츠와나와 나미비아에서 4번에 걸쳐 통과했다. 물론 그중에 세 번은 깊은 밤에 버스를 타고 가다 잠결에 지나쳤지만.
남회귀선은 열대와 온대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남위 23° 27'(23도 27분)의 위선을 말하는데,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경사도와 같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지지 않았다면 태양은 항상 적도를 수직으로 내리 쬘 텐데, 지구의 지축이 23° 27' 기울어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돌게 되니 태양이 수직으로 내리쬐는 지역이 바뀌게 된다. 태양이 지구에 대해 수직으로 비추는 남쪽 끝이 남회귀선이고, 북쪽 끝이 북회귀선이다.
우리 북반구에서는 태양이 남회귀선에 수직으로 햇볕을 내리 쬘 때를 동지라 부르고, 거꾸로 북회귀선에 수직으로 떠 있을 때를 하지라 부른다. 태양은 남회귀선보다 절대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북회귀선보다 더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태양은 바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에 있는 지역을 1년 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수직으로 지구를 비추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물론, 태양은 움직이지 않고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을 한다. 설마 내가 지동설을 모르겠는가. 500여 년 전만 해도 옛날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을 믿었다. 종교가 지배하던 당시에는 하느님이 창조한 인간이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간다는 창조론만이 진실이었다. 아니, 진실로 받아들이도록 강요되었다.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따랐다가 종교재판에 끌려갔다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외쳤다. 종교가 종교의 영역을 넘어서 정치로 들어올 때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고, 과학의 영역으로 침범하면서 진리의 입을 막아버렸다. 정교일치 국가인 중동의 일부 이슬람국가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와 여성차별 등도 종교가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일어나는 치명적 후유증이다. 칼이 부엌에 있으면 식칼이 되지만, 부엌을 떠나면 흉기가 되는 법이다.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지구의 지도상에는 5개의 중요한 위도선이 있는데, 남극과 북극(66° 33′), 남회귀선과 북회귀선, 적도선(0°)이다. 적도와 남회귀선은 우리가 사는 북반구에서 볼 수 없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적도와 남회귀선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평생에 다시 못 볼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