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진 삼성SDI 하이비트 해고 노동자 대표의 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루는 삼성공화국의 실체'가 흘러나왔다.
오마이뉴스 선대식
먼저 해고된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최씨가 답했다.
"삼성SDI 부산사업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내하청업체 20여 곳과 계약해지 했어요. 그 곳에 다니던 비정규직 노동자 4000여명이 해고됐죠. 대부분 현실을 받아들였죠. 하지만 전 열심히 일했는데, 갑작스럽게 해고가 되니 너무 억울했어요." '억울하다'는 말에 그의 말을 옮기던 펜이 멈췄다. 이랜드·코스콤·KTX 여승무원 등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취재하면서 그렇게도 많이 취재수첩에 담았던 말이다. 최씨의 싸움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담겨있었다.
- 일하던 환경은 어땠나요?"일이 많을 땐 주야 맞교대 530시간 일하고 한 달에 140만원을 받았어요. 그렇지 않을 때는 토요일까지 12시간씩 일하고 120만원 받았어요."
- 정규직과 같은 일을 했나요? 차별이 없었나요?"한 작업장에서 거의 같은 일은 했어요. 차별도 많았죠. 우린 성과급을 1년에 100만원 받는데, 정규직은 2000만원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정규직 20명, 비정규직 40명 정도가 같이 일하는데, 휴게실이 나눠져 있고, 우린 자리가 없어 앉지도 못했어요. 탈의실도 정규직은 한 명이 두 개 쓰고, 우린 두 명이 한 개 썼죠."
'일류기업' 삼성이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접 고용'인 이들의 사정은 열악했다. 2004년 3월부터 이 곳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씨는 3월 21일 금속노조에 가입해 '복직투쟁'에 나섰다. 상대는 삼성. 두렵지 않았을까? 최씨는 "두려운 걸 몰랐다"고 말했다.
"3월 28일 하이비트가 계약해지 통보가 나왔어요. 그 전부터 소문이 돌았는데, 그때 98년 삼성 SDI의 구조조정을 반대하다 해고된 송수근씨를 만났어요. '떠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죠."삼성의 집요한 추적과 미행... "섬뜩하다"금속노조에 가입하는 순간, 최씨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맞닥뜨려야 했다. 최씨는 동료들과 4월 2일부터 회사 앞에서 출근투쟁을 했고, 삼성의 집요한 추적과 미행이 시작됐다.
최씨가 가는 곳마다 검은색 SM5가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한적한 산으로 야유회를 갔는데, 멀리 검은색 승용차 3~4대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손을 흔드니 그제야 도망갔다"고 말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7월 노조 결의대회를 위해 간 울산 작천정 계곡에서 따라다니던 검은색 승용차를 막아섰다. 좁은 산길이라 차는 옴짝달싹 못했다. 최씨와 동료들은 "왜 미행하느냐,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며 강하게 따졌고 차안에 있던 남자 2명은 "알겠다"고 답했다.
최씨는 "삼성SDI 간부들이 집까지 따라오고, 계속 전화를 걸어 '빨간 줄 그어질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추적은 이뿐 아니었다.
"서울에 가면 삼성SDI 노무팀에서 '서울 왜 갔느냐?'고 문자 오고, 계곡으로 놀러 가면 '물놀이는 잘 했느냐?', '감기 안 걸렸느냐?'는 문자가 와요.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겠어요. 섬뜩해요.""삼성을 위한 검사, 언론, 노무사... 삼성공화국임을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