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모습의 현지 여자어린이들
이승철
카이로 외곽의 기자지역에 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돌아본 일행들은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하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해당하는 유적들이니 놀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버스는 교통이 몹시 혼잡한 시내를 달려 한 곳에 멈춰 섰다. 주변에는 낡고 허름한 건물들과 어수선한 거리가 펼쳐져 있어서 상주인구가 1700만 명이라는 세계최대의 도시를 무색하게 하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올드 카이로라는 곳입니다. 카이로가 도시로서 최초로 자리 잡은 곳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서울로 치면 4대문 안 같은 곳이지요.”
카이로의 구 시가지에 해당하는 이 지역의 역사는 매우 깊다. 기원 전 520년 경에 이집트를 정복한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 1세 (BC521~486)는 당시 라일강과 홍해를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했다,
그리고 운하를 통행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하고, 또 감시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채를 세웠다. 그래서 이 구시가지를 에워싸고 있는 성채를 지금도 바빌론 성이라고 부른다. 그 후 서기 98년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가 지금의 성체를 보수 증축하고 그 당시 약 2만 명에 달하는 로마 병사들의 주거지로 사용한 것이 이 도시의 기원인 것이다.
“이 도시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구조나 모양도 특이합니다.”
가이드가 앞장을 서며 하는 말이었다. 무슨 말인가 쉽게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문은 곧 풀렸다. 조금 넓은 골목길을 걷던 가이드가 손을 흔들며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부지런히 그를 뒤쫓아가보니 그는 어느새 지하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내려간 곳에는 또 다른 골목길이 나타났는데 이 골목길은 양쪽이 높은 담장으로 가려진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골목길이었다. 도시의 구조를 알 수 없는 우리들로서는 꼭 지하의 다른 세상에 들어선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