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행사로 영산재를 올려지고 있다.
임윤수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거나 숨겨 놓은 우렁각시가 다녀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식장은 의자까지 반듯반듯 하게 줄맞춰 나열해 가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필자뿐 아니라 전날의 상황을 보았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두 눈이 휘둥그레지도록 놀라고 경탄할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거나 쉬고 있을 때 스님들과 종무원들이 보이지 않는 일손으로 펼쳐낸 기적이 분명하다. 11시로 안내된 행사시간은 아직 멀었건만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행사장은 벌써부터 북적거린다. 이미 와있던 사람, 새벽같이 집을 나서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대관령 고개를 넘어 막 도착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가운데 식전행사로 영산재를 올린다.
참화를 막지 못했음을 참회하는 마음, 참화로 황망하기만 했던 그 자리에 이렇듯 부처님을 모실 원통보전을 복원했음을 삼천대계의 제불보살님들과 정령들께 고하는 제의식이라 생각된다. 인간의 언어로는 전할 수 없는 감사함, 인간의 표현력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깊은 의미가 바라춤에 담기고 빛깔 고운 고깔에 실려 영산재에서 드러난다.
하유스님의 법고소리에 오봉산자락 '두둥둥 둥둥'영산재에 맞대어 새로 제작된 법고를 울리는 법고 시연이다. 하늘도 흐느끼게 할 만큼 깊은 사연을 담고 있는 춤꾼스님, 하유스님이 두둥둥 둥둥 거리며 법고를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