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암의 사선정신라시대 때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이 놀다 간 것을 기념하여 세웠다는 정자다.
정도길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실제로 약 십 미터의 높이에서 빠른 속도로 네 번 회전을 하면서 그만 상대의 손을 잡지 못하고 떨어지고 만 것이다. 공연장은 한동안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잠시 침묵으로 공중에 있는 그들만 바라볼 뿐이다. 다시, 힘차게 줄을 젓는다. 이를 악문 모습이 역력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것만 같다. 숨을 죽이고 그들의 몸짓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잠시 후, 똑같은 반복동작으로 세계기예공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던 그 실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객석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우레 같은 박수소리는 공연장 천장을 뚫고 허공으로 흩어진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만약에 또다시 실패했더라면, 그들도, 공연을 보는 관객도 모두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짓누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공연 도중 가끔 실수를 하는데, 어떤 이는 공연의 극치감을 살리기 위해서 일부러 연출한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는 일부러 실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금강산의 밤은 낮에 본 금강의 아름다움을 다시 본 것만 같았고, 그 짜릿한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공연은 끝이 났다. 환한 모습으로 서로가 인사하고 격려하며 박수를 주고받는다. 인체를 그토록 아름답게 표현하고, 기묘한 모습으로 연출하는, 그 몸짓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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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포에서 놀았다던 네 신선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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