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향, 문화재가 있는 풍경을 따라자전거를 타고 낯선 곳에서 만나는 풍경은 퍽 살가워요. 길, 고향, 문화재가 있는 풍경을 따라 자전거 나들이 한 번 떠나 보실래요?
손현희
우리 부부는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나갑니다. '쉬는 날' 하루를 즐겁게 보내려고 가기에 앞서 한 주 동안 미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지요.
우리는 경북 구미에 살고 있는데, 구미와 가까우면서도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지역(의성·군위·성주·김천)을 하나 고릅니다.
군청 누리집(홈페이지)에 가서 그 지역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차가 아닌 자전거로 가야 하기에 어떤 길이 자전거 타기에 가장 알맞은 길인지를 꼼꼼하게 챙겨요. 위성지도(구글어스)와 콩나물지도(
http://www.congnamul.com/)를 보고 가야할 길을 미리 살펴본답니다.
또 자전거를 온종일 타려면, 생각보다 먹을거리도 많이 준비해야 해요. 행동식(물·초콜릿· 간식거리)과 김밥, 삶은 고구마나 떡(목적지에 마땅한 밥집이 없을 때)을 가방에 넣고 되도록 짐을 가볍게 합니다. 또 사진기와 간단하게 여행정보를 적은 수첩 하나면 준비 끝!
고향냄새, 사람냄새, 이보다 좋은 여행이 또 있을까?구미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 벗어나면 어디에서든지 조용한 시골마을을 볼 수 있어요. 어릴 적 고향냄새가 짙게 배어나는 그런 곳이지요. 철따라 모습을 달리 하는 들판과 산은 아주 멋진 풍경입니다. 또 마을 모습도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시골만이 간직한 정겨움과 살가움이 오롯이 담겨있지요.
봄부터 겨울까지 빛깔이 다른 풍경을 보며 마음은 어느새 편안해지고 감빛, 풀빛, 낮은 지붕을 이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을 만날 때면 퍽 정겨워요.
요즘은 굳이 큰 도시가 아니라도 집집이 높은 담장을 쌓고 대문을 굳게 잠가놓은 걸 많이 보지요. 그러나 시골마을에서는 활짝 열린 집이 많아요. 아예 대문도 없는 집도 더러 있고요. 말할 것도 없이 높게 쌓은 담장은 거의 없답니다.
열린 문으로 빠끔히 들여다보면 금방이라도 고향 할머니가 버선발로 나오실 듯 하고 낮은 울밑에는 봉숭아, 맨드라미, 키 작은 채송화도 곱게 피어있지요. 요즘 같은 가을철이면 담장 너머까지 주렁주렁 빛깔 곱고 탐스런 감이 파란 하늘에 커다란 구슬을 여럿 매단 듯 열려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