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원 미륵불(이천동미륵불석상)
이승철
전설이 가득한 제비원“저 위를 한 번 올려다봐요?”
우리를 안내한 안동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제법 높직한 바위 위에는 부처상의 얼굴이 올려 있었다. 커다랗고 육중한 바위 꼭대기에 올려 있는 작은 부처의 머리 부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 부처가 바로 유명한 제비원의 미륵불입니다.”
그 사이 독실한 불교신자인 일행 한 사람은 어느새 그 앞에 엎드려 삼배를 올리고 있었다.
“이 제비원은 토속무속인 성주풀이의 원류지요, 아주 유명한 전설만 해도 5가지나 있답니다.”
이 미륵불상이 보물 제115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천동석불상인데 실제로는 제비원 미륵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지금은 매우 초라한 모습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여행객 편의 제공을 위한 시설인 연비원불사(燕飛院佛寺)가 있어서 사람들이 연미사 또는 제비원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마애불상은 본래 고려시대의 것으로 높이가 12미터에 이르렀는데 커다란 바위를 이용하여 몸체를 바위에 새기고 머리 부분은 다른 돌로 만들어 얹은 형태다. 아주 특이한 모습의 제비원과 미륵불, 그리고 연미사를 둘러보고 내려와 다시 길을 나섰다.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성주야, 성주로구나, 성주 근본이 어드메냐.
경상도 안동 땅 제비원의 솔씨 받아
공동산에 던졌더니만 그 솔이 점점 자라나서
황장군(黃腸君)이 되었구나, 조리기둥이 되었구나.
낙락장송이 쩍 벌어졌네, 대활연(大豁然)으로 설설이 나리소서."
- 고전무속 '성주풀이'의 사설 앞부분“본래 이 안동지방이 토속무속인 성주의 본향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안동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안동이 토속무속인 성주의 메카인 셈인데 막상 안동에는 이 제비원 외에는 다른 어떤 문화적 자취도 없고 상징물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제비원과 미륵불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많았다. 먼저 연미사의 전설은 이랬다. 이 고을에 연이라는 처녀가 살았는데 인색하기로 소문난 이웃마을의 김씨 아들이 연이를 짝사랑하다가 비명에 죽어 저승에 갔다.
염라대왕은 김 총각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죄가 너무 많이 쌓여서 다음 생에는 소로 태어날 것인데 건넛마을의 연이는 선행의 창고가 가득하니 좀 꾸어다 쓰면 살아 돌아가게 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