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판소리박물관에서는 득음하는 과정도 보고, 직접 판소리에 맞추어서 북도 치고, 판소리 여섯 마당 모두를 들어볼 수도 있다.
배지영
신재효는 입으로만 전해지던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젹벽가, 변강쇠가를 정리했다. 그를 거쳐 다시 태어난 판소리 여섯 마당은 신재효의 옆집 격인 판소리 박물관에서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판소리에 맞춰 북을 쳐 보고, 깊은 산속에서 백일 동안 처절하게 소리 하는 것을 보고, 마침내 득음한 소리가 폭포수 소리를 뚫는 과정을 거쳐서인지 판소리와 조금 친해보였다.
신재효는 대곡인 판소리 말고도 단가나 잡가도 정리했다. 더듬어보면, 내가 어릴 때 들어본 소리는 날 것의 잡가였다. 굿판의 소리라 사연에 따라 달라졌다. 동네 저수지 수문 관리를 하던 동네 삼촌이 죽었을 때에 당골네는 갓 태어난 아기와 새색시를 두고 떠나야 하는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애원하고 구르며 소리를 했다. 저수지에다가 삼촌이 신던 고무신을 띄웠는데 해질녘에야 머리카락 한 올이 담겨진 채로 제자리로 왔다.
진짜 판소리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정면으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금요일 밤마다 열린다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 공연을 보기 위해 전주 전통문화센터에 갔다. 사랑방처럼 신발을 벗고서 바닥에 앉았다. 어렵게 느껴지는 판소리 내용을 먼저 쉬운 말로 들었다. 소리꾼이 서는 무대 옆에는 영화를 볼 때처럼 한글과 영어 자막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