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 남면에 있는 가사문학관
서종규
가사문학관 내에는 가야금 병창을 바탕으로 한 느린 가락의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가사자료를 관리하는 박명선씨는 이 노래가 명앙정와 속미인곡에 전남대 최재률 교수와 서해대 김삼곤 겸임교수가 새로 곡을 붙인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 난 손뼉을 쳤다.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 가요사에 한 획을 그어버린 이 노래는 랩이라는 새로운 장르이다. 아주 생소한 그러면서도 엄청난 충격을 준 이 노래가 갑자기 떠오른다.
그렇다. 가사는 노래이다. 시조도 노래이다. 시조의 긴 가락에 무료하다 보면 빠른 가락을 좋아하게 되고, 그래서 만들어낸 노래가 사설시조일 것 같다. 그리고 가사도 시조보다 빠른 가락으로 읊어대는 노래일 것 같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시조와 사설시조를 설명할 때 가곡과 랩을 비교하여 설명하였고, 서태지의 노래의 원조는 바로 사설시조라고 말하기까지 하였다.
우리나라 고전문학 교육이 잘못된 것 같다. 고려가요나 시조, 가사 모두 국어 시간에 가르치는 것보다 음악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 국어 시간에 가르치는 것은 단지 뜻을 파악하고, 그 특징을 파악하는데 급급하다. 그 가사에 실려 있는 노래를 잃어버린 교육, 바로 우리 고전 시가들을 가르치는 우리들의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가사도 어떻게 부르는지 모른다. 그래서 현대의 작곡자가 4.4조의 가야금 병창으로 작곡을 하였으니 느릿느릿 길게 늘어진 곳으로 들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박명선씨 말처럼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찾아오면 학생들이 늘어지는 노래를 싫어하기 때문에 이 노래를 꺼 놓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사를 노래로 부른 흔적이라도 남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박명선씨는 안동지방에 있는 내방가사를 전승 보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가사 낭송대회에 참가하였는데 전승방식대로 낭송을 하여서 최우수상을 탔다는 것이다.
안동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내방가사를 전승 보존하는데 앞장서는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 이선자 회장은 가사 낭송을 하는데 현대 시를 낭송하듯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고, 가사는 우리가 어렸을 때 서당에서 들었던 '명심보감'이나 '천자문'을 읽듯이 낭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사를 부를 때에는 시조창과는 다릅니다. 회고가나 화전가, 여행가 등을 노래할 때는 많은 흥을 넣어 부르기 때문에 육자배기 민요를 부르는 것 같이 하고, 교훈가를 부를 때에는 꼭 서당에서 명심보감을 읽는 것처럼 빠르게 부릅니다."그러면서 "여보시오 벗님내들 이내 말씀 들어 보소" 하면서 시작하는 내방가사 교훈가 한 대목을 불러 주었다. 자세한 내용들은 '안동내방가사보존회 홈페이지'를 찾아보라는 말과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두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좋은 일로 "앞으로 젊은이들이 소멸해가고 있는 우리의 규방가사를 배워 우리 선인들의 흔적을 찾고, 그분들의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전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이선자 회장의 내방가사를 들으면서 가사를 어떻게 부르는지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노래는 잠결에 어머니께서 읊조리던 중얼거림처럼, 아님 서당 아이들이 떼를 지어 외쳐대는 천자문처럼 편안하게 마음 가득 들려온다. 우리의 소리가 마음 에 감동스럽게 울려 퍼진다.
소쇄원을 찾았을 때에는 해가 져서 어둑해져 가고 있었다. 지실마을 별뫼 뒤 능선에 보름달이 고개를 들어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물소리며 새소리, 댓잎 서걱대는 소리, 밤하늘에 하얗게 떠오르는 별들과 달 등 소쇄원 광풍각에 누워서 오랫동안 그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내 몸이 조금은 씻어지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