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600m의 카잔춈쿠르 초원에 유목 생활을 하는 카자흐족들. 그들에게 유목은 조상 대대로 내려져 오는 생활방식이자 삶 그 자체이다.
모종혁
'중국의 스위스'에서 살아가는 유목민 카자흐족카나스진은 신장에서도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카나스가 속한 알타이지구는 1개 시와 6개 현으로 구성되는데, 북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에 걸쳐 있는 알타이산맥의 중국 쪽 입구다.
알타이지구는 2005년 현재 전체면적 11.8만㎢, 총인구 62만3천명인 땅은 넓고 인구밀도는 극히 낮은 지역이다. 알타이는 전형적인 대륙성 한대기후의 고산지대로, 몽골·러시아·카자흐스탄 등 3개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군사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알타이지구는 위구르인과 한족이 절대 다수인 다른 신장자치구 지역과 달리 카자흐족이 31만 명으로 인구 비율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카자흐족은 겉모양새는 몽골인과 유사하고 언어는 투르크계의 카자흐어를 쓰고 있다.
오래 전 중앙아시아 스텝지역에서 살던 카자흐족은 투르크족의 한 계열로, 실크로드 무역 거래를 하던 상인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다. 카자흐 사람들은 작은 눈에 광대뼈가 나오고 키가 작지만 바람을 가르는듯한 뛰어난 기마술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맹함으로 상인들을 노략질했기 때문.
카자흐족은 겨울에는 전체 부족이 한 곳에 집합하여 정주 생활을 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가족과 친척끼리 이동하면서 유목생활을 해왔다.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양과 소를 주로 키우면서 평화롭게 살던 카자흐족은 20세기 러시아혁명과 스탈린 통치 기간에는 극심한 박해를 당하여 카자흐스탄·러시아·중국·몽골 등 여러 나라로 흩어졌다.
갖은 정치적 격변과 주변 강대 민족들의 박해를 받았지만 카자흐족은 여전히 자신만의 언어와 문화, 풍습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16세기경부터 받아들인 이슬람교가 카자흐 사람들이 전통적인 문화와 가치를 지키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또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유목생활은 카자흐족의 민족 정체성을 유지토록 한 중요한 요소였다.
유목민족은 목축을 생업으로 하여 풀과 물을 따라 옮겨 다니며 사는 민족을 가리킨다. 본래 유목민족들은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아라비아, 몽골 등지의 건조·사막지대에 넓게 분포해 살아왔다. 한때 스키타이왕국, 돌궐왕국, 몽골제국 등과 같은 대제국을 형성하기도 한 유목민들은 오늘날 유목민족으로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소수민족 가운데 유목생활을 유지하는 민족은 몽골인, 티베트인, 카자흐족, 키르기스족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내몽골자치구를 중심으로 중국 북부지방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급속한 사막화와 그에 따른 황사 현상으로 거주지에서 유목생활을 점점 금지당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알타이산맥, 톈산(天山)산맥의 울창한 산림과 드넓은 고산초원은 신장자치구의 유목민족에게 여전히 유목생활을 가능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