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문 내용윤선도에게 내려진 은사물은 주로 대군방에서 보내진 것으로 이는 윤선도가 봉림대군의 사부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윤섭
은사문은 대전이나 내전·대군방 등에서 내려졌는데 대전의 내수사는 조선시대 왕실 재정의 관리를 위해 설치되었던 관서로 왕실의 쌀·베·잡화 및 노비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였다. 내수사에서 보낸 물품을 보면 소금이 가장 많고 이밖에 쌀, 콩, 조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은사물을 보낸 곳 중에서는 대군방(大君房)에서 보낸 것이 가장 많다. 이는 고산이 대군(봉림대군, 인평대군)들의 사부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대군방에서 보낸 물품들은 보내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윤선도가 대군들의 사부로서 강학청에 있었을 때는 벼루, 먹, 붓, 삭지 등을 보냈다. 또 고산이나 고산의 아들이 병이 있을 때는 향유가루, 육군자탕 10첩의 재료 등과 같은 의약과 날꿩고기, 생선, 날문어 등의 음식물을 보냈다. 그리고 윤선도의 생일에는 증편, 절육, 소육, 어만두, 정과, 오미자, 자두, 홍소주, 산삼편 등 푸짐한 생일 선물이 보내지기도 하였다. 또한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갈모와 부채를 12월에는 책력(曆日), 전약(煎藥), 황감(黃柑)등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은사물을 보면 보통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미(米)·포(布)·잡물(雜物) 등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사첩에 있는 주요 물품은 마른문어, 마른대구, 마른숭어, 마른붕어, 마른광어, 전복, 생선, 날대하, 날꿩고기, 날사슴뒷다리, 날웅어, 날노루고기, 잣, 당유자, 동정귤, 붉은소주 등이 있다. 또 후추, 부채, 말, 마포교초를 비롯하여 조금 희귀한 것으로 표범가죽도 있다. 이들 품목은 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에서 쓰는 식료품과 같은 성격의 물품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왕실에서 보내는 은사물도 생활필수품과 같은 물품들이 많은 것을 볼 때 일종의 물물교환과 같은 성격이 있지 않나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화폐의 유통이 조선후기로 들어서서야 활발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러한 현물이 당시에는 훨씬 더 실용적이고 필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암일기 속의 선물 주고받기미암 유희춘(1513~1577)의 '미암일기'를 보면 이러한 주고 받기식 선물이 일상적으로 오고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암일기를 보면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보다 물물 교환을 통해 필요한 물품들을 더 자연스럽게 확보한 것으로 여겨진다.
은사첩에서는 왕실로부터 하사받은 물품들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에 반해 미암 유희춘의 '미암일기'에서는 당시 양반 사대부층이 서로 주고받은 것들이 어떤 것이었나를 알 수 있다. '미암일기'를 보면 거의 매일 일상적으로 손님들이 찾아올 때 가지고 온 물품과 이에 대한 답례로 준 품목이 적혀있다.
이를 보면 단순히 선물이라기보다는 주고 받기식으로 물품교환을 통해 필요한 생필품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미암일기 속에 기록되어 있는 물품에 관한 기사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