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악 분화구에 물이 고인 모습
고평열
어승생악에 오르면 제주의 반이 한눈에 보인다. 분화구 내부에 물이 고이는 몇 안 되는 오름 중에 하나이고, 그 웅장한 산세가 오름의 맹주다운 자태를 자랑한다고 오름나그네는 극찬했다.
공항에서, 혹은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30분이면 어리목 등반로 입구까지 도착할 수 있으며, 오름을 오르는 길은 울창한 낙엽활엽수림 가운데로 난 길을 걸어 25분 정도면 어승생악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어승생'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임금님이 탈 말이 생산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옛날 제주도민들은 '어시싱'이라고도 했다. 몽고어로 '어스사이'가 '물이 좋다'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제주어의 뿌리를 몽고어에 두는 이들의 말도 아주 일리가 없지는 않다고 보여진다.
어승생악은 제주 오름 중에서도 가장 물이 좋은 오름으로 산 전체 여섯 군데에서 샘이 솟아나고, 이 샘물들과 선녀폭포의 물이 합쳐져 어승생 수원지로 모아져 제주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한다.
물이 좋고 경관이 빼어나며, 제주 산북 해안가며 마을 일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잇점 때문에 일제 강점기에는 군사적 요충지가 되어 그 당시의 군 시설물들이 아직 남아있다. 해방이 임박한 일제말기, 제주도를 일본 최후의 방어진지로 여긴 일본군들은 결7호작전을 수립하고 제주 전역을 요새화하게 된다. 곳곳의 해안가며, 오름마다 동굴을 뚫고 군사기지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