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정상 표지석(1,572m)구름이 운치를 자아내고 있는 함백산 정상
문일식
쉽지않은 여정이지만 그래도 함백산 일출을 보자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8일 밤, 어느 정도 복잡한 고속도로를 벗어나 제천과 영월을 지나야 하는 국도로 접어든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가야하는 경우 주로 이용하는 길이다. 3번 국도는 고속도로처럼 길도 넓고 차량도 그리 많지 않아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제천에서 영월까지 역시 국도가 4차선으로 넓어졌다. 예전보다 영월로의 진입이 쉬워지고 확고한 당일 여행권으로 자리잡았다.
태백으로 가는 길은 이제 영월에서부터가 문제다. 2차선 국도에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 거기다 국도 확장공사로 여기저기 위험구간이 참 많다.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음료수 하나 쉽게 구할 수 없는, 쉬어갈 곳이 마땅치 않은 곳이다.
영월에 들러 잠시 쉬면서 필요한 물품을 산 뒤 구불거리는 38번 국도를 올랐다. 졸음이 밀려와도 쉽게 졸 수 없는 곳이다. 건너편 차선에서 무섭게 달려오는 차들이 쏟아내는 불빛과 잘 보이지도 않는 굽은 길들…. 운전하는 이는 마치 스릴을 느끼는 듯하다.
영월에서는 3개의 국도가 함께 달린다. 석항삼거리에서 갈려 태백산을 지난 뒤 남쪽으로 내려가는 31번 국도와 정선군 남면에서 정선과 평창으로 접어드는 59번국도, 그리고 태백을 거쳐 동해까지 이르는 38번국도가 그것이다. 38번국도를 택해 민둥산을 갈 수 있는 증산을 지나고, 석탄의 고향이자 강원랜드가 있는 사북과 얼마 전 개장한 하이원스키장이 있는 고한을 지난다.
사북·고한을 지나면서 일부구간 개통된 널찍한 국도에 올랐다. 극히 일부구간이긴 하지만, 이 확장된 국도는 38번국도와 정암사로 가는 길이 갈리는 상갈래삼거리까지 이어진다. 늦가을의 차디찬 공기를 만끽했었던 정암사에는 새벽이 훨씬 지난 시간인데도 가로등이 대낮같이 밝혀져 있다. 이 새벽에 오는 사람이 있을까? 괜한 전기세 낭비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정암사에 대한 흥이 확 깨졌다.
드디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다. 정암사를 지나면 만항재로 오르는 길이다. 무려 1300m 남짓되는 고갯길이다. 만행재를 지나 화방재를 넘으면 바로 태백산에 이르게 된다. 만항재에 이르기 전 태릉선수촌 태백분촌방향으로 오르면 목적지인 함백산에 오를 수 있다.
새벽 1시 30분께 무려 1500m가 넘는 고지에 도달했다. 함백산은 1573m로 태백산보다 약간 높다. 차에서 내리자 나를 날려버릴 듯한 바람이 엄습했다. 추위가 느껴지고 서 있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의 두려움과 갑작스런 강풍에 몸을 던지듯 차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날이 밝아질 때까지 잠을 보충해야 한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그리고 함백산까지의 무사운전을 축하하기 위해 맥주 한 캔을 기쁘게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