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같은 아프리카 풍경 버스 창밖으로 한결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초가지붕을 머리에 인 흙집, 원시적인 풀밭,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하라레 가는 길)
양학용
버스는 우리들의 걱정을 싣고 18시간 만에 하라레에 도착했다. 한 청년이 다가와서 속삭였다.
"환전 안 해? 나 보다 더 좋은 가격은 없어!"
그는 하라레에서 첫 번째 만난 사람이었다. 막대기처럼 빼빼 마르고 키가 커서 막 그 특유의 아프리칸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았다. 그에게 응수해 주었다.
"얼만데?"
"1달러 당 11만. 이건 아주 특별한 경우야!"
인터넷으로 확인해 두었던 환율에 비해 서너 배가 넘었다. 20달러를 환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살피면서 건물 뒤편으로 가자고 했다. 경찰 눈에 띄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를 따라갔다. 그는 고무 밴드로 묶인 한 뭉치의 돈을 내밀었다.
짐바브웨 달러는 2만 짜리지폐가 최고액권임을 아는 순간이었다. 2만 짜리지폐로 20달러면 자그마치 110장. 나는 엄지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한 장씩 세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친구, 인상을 쓰면서 잽싸게 돈을 뺏어가며 윽박질렀다.
"그딴 식으로 돈을 셀 거면 거래는 없어! 너, 경찰에게 잡히면 내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어떻게 되는데?"
"너 정말 짐바브웨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 그날로 난 끝이야!"
그는 손으로 기린처럼 길쭉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빙긋이 웃으며 내가 다시 말했다.
"그래도 어떡해? 거래가 끝나자마자 넌 사라질 텐데, 만약 돈이 더 많으면? 네게 돌려줄 수 없잖아? 안 그래? 정 싫다면 거래는 없었던 걸로 하자!"
"아~, 이거 미치겠네!"
첫 만남부터 수상한 하라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