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나도 죽으면 쓸만한 것이 있을까?"
지난 2일 예배 드리고 나오는데 송양섭 장로가 구석으로 데리고 가더니 조용하게 물었다. 인생을 정리하고 있다는 송 장로는 보람 있는 죽음으로 인생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전했다.
"참 귀한 결정을 하셨네요. 현 상태로서는 두 사람에게 각막을 주실 수 있고, 뼈도 기증하신다면 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장애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도우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학 연구용으로 시신기증을 하실 수도 있고요."
송 장로는 다행이라는 듯 만면에 웃음을 가득 지었다.
요즘 어르신들이 죽음 준비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늙은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장기나 조직 기증이 가능한지?'에 대해 매우 궁금하게 여기고 있다. 대개 65세 정도까지 각막기증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안과의사에 의하면 80세 정도가 되어도 각막을 기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엔 2만 여명의 시각장애인이 각막기증을 그야말로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각막기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외국에서 각막을 수입해 일부 시각장애인들에게 광명을 되찾아주는 부끄러운 각막조직 수입국이다.
한 사람이 각막기증을 하면 두 사람이 어둠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육신을 화장해 버리고 가기보다 마지막 귀한 선물로 나누고 간다면 시각장애인의 고통은 거기서 끝날 수 있다. 각막기증은 시신에 손상이 없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각막기증에 적극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뼈나 피부, 혈관, 심장판막 등의 조직을 기증할 수 있다. 뼈는 나이 제한이 없다. 전염성 질환만 없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증할 수 있다. 교통사고나 암 등으로 다리나 팔을 절단해야 하는 환자가 뼈를 이식받으면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피부기증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화상환자 발생 시 즉시 피부를 이식해 줄 수 있어 화상환자 사망률은 5% 미만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화상환자의 45%가량이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지난해 6만 건 이상의 조직이식 가운데 국내 자체 조달은 6%에 불과했고 나머지 94%는 수입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기증자의 장례식은 조직을 적출하고 시신을 원상태로 복원한 후 발인 이전에 가족에게 인도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훌륭한 의료진을 양성하기 위한 의학연구용으로 시신을 기증할 수 있다. 이때 약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연구가 끝난 후 화장하여 가족에게 분골을 돌려드리거나 대학 해부학교실 납골당에 모시게 된다.
글 = 최승주(대한인체조직은행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