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불.김종성
운주사에 있는 천불천탑 중에서 마지막인 일천 번째 석불이라는 두 와불은 한쪽은 몸집이 크고 다른 쪽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큰 와불을 기준으로 하면, 길이 12미터에 너비 10미터인 거대한 불상이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이 거대한 와불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도 하고 ‘태평성대’가 시작된다고도 한다. 새로운 세상이나 태평성대는 같은 말일 것이다.
처음부터 누워 있는 형태의 와불을 만들려 한 것인지 아니면 완성된 석불을 일으켜 세우지 못해서 그대로 와불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그런 기적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와불이 누워 있는 바닥을 잠시 살펴보면, 와불이 일어나거나 혹은 와불을 일으키는 것이 매우 곤란함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돌 뿌리가 깊은 거대한 바위의 윗면에 와불을 조각한 것이어서, 바위 전체를 들어내지 않고는 와불을 일으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와불이 일어서야 태평성대가 온다는데, 웬만한 기술로는 그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거대한 바위 윗면에 조각된 이 와불이 일어나기만 하면 태평성대가 올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는 걸 보면, 옛날 사람들도 태평성대 즉 평화의 도래가 그만큼 힘들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가 보다. 오늘날처럼 옛날에도 평화는 그만큼 요원한 이상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