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사 입구... 배롱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있어 분홍빛 느낌이 화사하다.문일식
육신사는 절의묘라는 이름으로 박팽년을 배향하던 사당이었는데, 박팽년의 후손이 여섯 선생이 사당문 밖에서 서성이는 꿈을 꾸고 나서 하빈사를 세우고 사육신을 함께 배향하게 되었단다. 흥선대원군 때 훼철되었다가 박정희 대통령시절 유적정화사업의 일환으로 육신사로 바뀌게 된다. 정형화된 듯 반듯반듯한 계단과 획일적인 붉은 기둥과 지붕들이 유적정화사업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유적정화사업 중 하나인 육각비는 무척 독특하다. 각 면마다 사육신의 행적을 적었는데, 행적을 적은 육각기둥 앞으로 거북모양의 귀부가 여섯 개고, 상부를 장식하는 이수부분도 육면 모두를 용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왕 사육신에 대한 행적을 적어놓았다면 이곳에 들르는 여행객들을 위해 그 분들의 행적을 잠시 음미할 수 있는 안내판을 하나 설치해 놓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육신사의 내삼문을 들어서면 홍살문 왼편으로 배롱나무의 분홍기운이 화사하게 펼쳐져 있다. 홍살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사육신을 배향하는 사당이 자리 잡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박팽년의 후손인 박일산이 이곳에 내려온 후 지은 99칸 대궐집중 남은 태고정이 자리 잡고 있다.
태고정은 박일산이 지은 99칸 종택이 임진왜란으로 불타고, 일부 남아있던 것을 1614년에 다시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다. 태고정은 다른 건축물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건출물이 팔작지붕 아니면 맞배지붕인데, 이 건축물의 경우 대청쪽은 팔작지붕을 방이 있는 쪽은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맞배지붕 옆으로 부섭지붕을 달고 있다. 지붕의 3가지 유형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태고정은 보물 554호로 지정되어 있다.
육신사에서 가까운 곳에는 조선 후기 때 지어진 삼가헌이라 불리는 집이 있다. 평범한 시골마을 길에 평대문을 통해 들어가면 널찍한 마당과 함께 여느 시골집과 같은 삼가헌을 만난다. 오른쪽 초가문을 들어서면 바로 안채의 영역이 된다. 마당에 들어서자 세 마리의 개들이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하는데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고, 개들은 마을이 떠나가라 짖어대니 내 발걸음은 갈지자로 방황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녀석들을 달래는 게 급선무였다. 두 마리는 얼추 달랬는데 한 마리는 경계의 빛을 풀지 않고 계속 짖어대기만 한다. 어쩔 수 없다. 짖던 말든 난 내 갈 길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