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지도자들의 회의. 박정희 개발 독재 시대를 연상시킨다.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는 '나킬'이라는 개발회사의 소유주이기도 하다.김진애
7. 세계자본 거품잔치가 벌어진 시기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의 부동산 거품, 증시 부상, 또 러시아의 민영화를 통한 초호화 고객의 등장 등 세계자본주의가 가속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투자자들에게 어필했다.
8. 영어에 능숙하다. 두바이는 영국 보호국 전력이 있고 해외유학이 대세인지라 영어권 문화에 익숙하고 영어 소통에 능숙하다. 홍콩, 싱가포르, 콸라룸푸르, 인디아와 같이 좋은 조건이다.
9. 세금이 없다. 경제자유구역 내에는 4무(無)정책을 쓴다. 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같은 세금도 없고, 외환규제도 없고, 자국인 고용의무도 없고, 노동쟁의도 없다.
10. 나라 크기가 작다. 두바이의 크기(약 3900㎢)는 제주도(1847㎢)의 2배 정도다. 홍콩(1100㎢)의 3배 수준, 싱가포르(630㎢)나 서울(605㎢)의 6배 정도다. 그 땅의 90%가 사막이다. 개발을 한다면 집중 개발 외의 다른 옵션이 별로 없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있다. 경제계에서 성공 요인으로 꼽는 '규제 완화, 엘리트 관료, 원스톱 행정 시스템, 막강한 인프라'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위의 10가지 본질적 조건에 비하면 '수단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수단적 요인만으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두바이의 성공가도를 만든 조건들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1번: 셰이크 모하메드를 닮고 싶은 이명박 전 시장 같으면 왕권적, 오너적, 독단적 리더십을 마음껏 휘두르고 싶겠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럴 수 있나? 대통령이 직접 개발회사의 오너가 될 수 있을 건가? 국회 동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까?
2번: 세계 10-12위를 넘나드는 경제대국이고 3000억 달러 외환 비축국가이지만 과연 우리가 오일달러처럼 가만히 있어도 쏟아지고 또 무작정 개발에 쏟아 부을 돈이 있나? 더구나 통치자 맘대로 쓸 수 있나?
3번: 우리나라 4800만 국민들의 합의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2만 달러 국민소득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현상과 사회 서비스 차별이 엄연한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이해의 갈등 조정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4번과 5번: 우리나라 역시 만만찮은 동북아 교통요충지이지만, 중국-일본-미주를 잇는 외에 이른바 세계 트렌드 중심지인 유럽과는 너무도 멀다. 부상하는 중국 경제가 가까워 천행이지만 유럽인, 미주인을 유치하는 당근을 만들기 쉽지 않다.
6번과 7번: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이행되는 과정에 있어 더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이지만, 세계자본 유치를 위해 거품 경제를 방치하거나 부추기기 어렵다. 우리 경제규모는 두바이와 비교할 수 없이 크고, 부동산 거품, 증시 거품은 우리 사회에서 워낙 휘발성이 높은 사안이다.
8번: 영어 소통은 골머리 아픈 문제다. 인천국제공항 내라면 불편이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의 영어 사용 진입은 쉽지 않다. 아마 특정 구역(예컨대, 제주도나 경제특구)에 한정하여 영어 병용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언어 소통은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영어권 식민 역사를 겪은 나라들이 세계경제화와 더불어 뜨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9번: 기업인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이 이 규제 철폐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이나 '기업도시 특별법' 입법에서 겪었듯이, '세금 프리, 외환 프리, 국내인 고용율 프리, 노동쟁의 프리'를 100% 보장하는 법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10번: 우리나라는 두바이보다 훨씬 더 크다. 산업기반도 다양하고 경제인구도 다양할 뿐 더러 경제규모도 엄청 크다. 한반도 전체를 생각하면 미래 영역은 훨씬 더 넓어진다. 우리의 경제 발전 옵션은 두바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두바이 모델 하나에 목숨 걸 이유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