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는 그 사람의 얼굴송유미
구두는 그 사람의 얼굴이다?
"신기료 장수 세 사람만 있으면 제갈공명 능가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평범한 사람 셋이 모이면 월등한 사람을 능가한다는 뜻이지만,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세 사람이 아닐까.
어느 전문직이든 오랜 세월 같은 직종에 일한다면 남이 갖지 못한 지혜가 보석처럼 가득하지 않을까. 신기료란 신기리오? 외치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는 소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세계적인 아동작가 안데르센이 신기료 장수라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우리 동네 삼거리에는 진짜 엄청 큰 맘모스 삼거리 극장 있고, 그 건물 돌아선 귀퉁이의 챙도 없는 땡볕을 파라솔로 가리고 구두를 깁고 수선도 하는 신기료 장수 아저씨가 있다.
이 앞을 지나다닌 지 십 년이 훨씬 넘었으니 신기료 아저씨도 우리 동네 터줏대감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해수욕장에 놀러 오는 많은 관광객도 아저씨에게 뜨내기손님들이지만, 아직도 신기료 장수 일은 돈벌이와 무관한지 난전에서 구두를 수선한다.
'분홍신'의 끔찍한 기억의 구두
우리가 싣는 구두에 대한 예술작품은 참으로 많다. 동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안데르센의 <분홍신>, 마이클 파웰의 영화 <분홍신>, 최근의 김혜수의 <분홍신>, 마그리트의 그림 <붉은 모델(맨발의 구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구두에 대한 작품이 있다.
'유리구두'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영원토록 회자화하고, 안데르센의 <분홍신>은 가난한 소녀가 우연히 손에 넣은 예쁜 분홍신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그 끈질긴 집착은 소녀의 두 발에서 벗어지지 않는 재앙이 되고, 결국 소녀는 스스로 제 두 발목을 도끼로 끊어달라고 사정케 한다.
<분홍신>은 인간의 부조리한 심리의 확대경처럼 신기료 장수였던 안데르센이 <분홍신>을 통해 보여준, 신의 응징은 참으로 끔찍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일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