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게아와 이링가로 가는 승객들이 내리는 마캄바코 역김성호
역 건물이 임시 시장터가 되는 마캄바코 역
60대 승객은 표지가 누럴 정도로 아주 오래된 값싼 문고본 형태의 책을 읽고 있었다. 프레더릭 포사이드(Frederick Forsyth)가 쓴 <전쟁의 개들(The Dogs of War)>(Hutchinson.허친슨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영어책이다. 읽으면서 웃는 표정을 지는 등 재미있어 했다.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내가 무슨 책이냐고 묻자 그 승객은 "가상의 한 아프리카 국가를 전복하려는 용병들의 세계를 그린 전쟁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래전에 나온 소설인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고원지대에는 흰색과 노란색의 나비가 꽃들을 따라 날아다니기도 한다. 어디가나 생명력이 질긴 민들레가 있고, 그 민들레 꽃 위로 하얀 나비들이 내려앉는다. 철길을 따라 시멘트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데, 정작 전선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60대 승객은 "타자라 열차는 고원을 향해 올라갔다 최정상에서 다시 내려가는 코스의 철길"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1시에 식당차에서 닭고기와 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저녁과 아침을 빵 한 조각으로 때웠더니 배가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고팠다. 오후 1시 40분 마캄바코(Makambako)역에 도착했다. 하얀색의 2층 역 건물은 제법 크다.
열차가 정차하자 1백여 명의 행상들이 오렌지와 바나나, 옥수수, 찐빵, 땅콩, 옥수수 줄기, 음료수를 팔려고 몰려들었다. 머리에 물건을 이거나 손으로 들고서 열차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차창안의 승객들을 유혹한다. 시계도 팔고, 스카프, 옷가지, 수건, 모자, 향수 등 갖가지 생활용품을 팔고 있다.
어떤 젊은이가 각종 색깔의 브래지어를 어깨에 수십 개 걸치고 다니면서 파는 모습도 보이고, 한 소년은 신문을 팔고 있었다. 온갖 종류의 잡화류를 파는데 마치 열차를 둘러싸고 역에 임시 시장터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마캄바코 역은 역 건물의 규모도 그렇지만, 철도역을 둘러싸고 커다란 고원지대의 도시가 건설되어 있었다. 열차도 무려 40여분이나 정차해 있다 출발했다. 음베야까지 가는 길에서 가장 오래 정차한 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