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눙귀 해변의 하얀 모래사장김성호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한 하얀 해변
바다는 푸르다 못해 에메랄드빛이고, 옥색의 청록이다. 바다는 모두 푸르다지만 눙귀 해변의 바다만큼 짙푸른 바다는 그리 많지 않다. 눙귀는 깨끗한 바다가 더해져 생긴 짙푸름이다. 짙푸른 에메랄드 바다와 파란 하늘이 맞닿으니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나눌 수가 없다. 저 멀리 흐릿한 수평선만이 바다와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이곳은 세계5대 청정해역의 하나이다. 그 이름에 모자람이 없다. 잔지바르의 눙귀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모래는 왜 그리도 가늘고 고운지, 그리고 하얀지 알 수 없다. 모래라기보다는 촘촘한 채로 거른 하얀 밀가루를 바닷가에 뿌려놓은 모습이다. 한 움큼의 모래를 움켜쥐니 잡히는 것은 모래알이 아니라 차진 밀가루 반죽이다. 해변의 모래는 4각형의 나무틀로 찍어 누르면 하얀 백설기 떡이 바로 올라올 것 같다.
모래사장을 보며 나는 왠지 백설기 떡이 온 천지에 깔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눙귀 해변의 모래가 이처럼 가늘고 하얀 것은 산호가루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얀 산호가 파도에 밀리고 바닷물에 씻기면서 가루가 되어 해변으로 밀려와 쌓인 것이다.
잔지바르의 에메랄드 바다와 팔라우의 코발트 바다는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울까
인도양의 잔지바르와 태평양의 팔라우. 하얀색의 산호가루와 인도양이 만나 빚어낸 에메랄드 바다와, 하얀색의 석회암이 태평양과 만나 탄생시킨 코발트 바다. 두 바다가 빚어내는 색의 조화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잔지바르 바다가 에메랄드의 아름다운 빛을 띠는 것은 맑은 물과 그 밑의 하얀 산호가루가 빚어내는 색의 조화의 결과라면,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의 바닷물이 방금 물감을 뿌려놓은 듯 한 코발트색을 띠는 것도 깨끗한 바닷물과 그 밑에 흐르는 하얀 석회암이 만들어 낸 미묘한 색의 조합이다.
우간다와 르완다의 푸른 나무들이 아프리카 대륙의 '초록의 스펙트럼'을 연출한다면, 잔지바르의 눙귀 해변은 아프리카 바다의 '에메랄드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눙귀 해변의 바다는 해안가에서부터 깊숙이 들어갈수록 맑은 푸른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색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모래사장을 따라 스톤타운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끝없이 하얀 해변이 펼쳐진다. 파도가 치지만 위협적이지 않다. 바람결에 바닷물도 출렁이지만, 사람을 삼킬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자세가 아니다. 폭풍의 파도가 아니라 잔잔한 물결의 파장이다.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잔잔한 몸부림이자 조용한 밀려옴이다. 바다라기보다는 호수의 물결이다.
인도양이 원래 그렇다. 그래서 인도양을 누비던 다우선(Dhow)은, 선체가 견고하고 여러 개의 돛을 단 유럽이나 중국의 배와 달리 부드럽고 한두 개의 삼각돛으로 운행했다. 다우선은 비교적 잔잔한 인도양 해역에 적합한 선박 형태였던 것이다. 인도양의 바람은 잔잔한 계절풍(Monsoon, 몬순)이라고 부르고, 태평양의 바람은 폭풍 같은 태풍(Typhoon, 타이푼)이라고 부른다.
그리 깊지 않은 바다가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해수욕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해안선이 길고 바다가 잔잔하니 최고의 해변이다. 사람과 떨어진 바다가 아니라, 사람과 같이 어울려 사는 바다이다. 방갈로의 앞뜰이 해변이고, 해변의 저수지가 바다이다. 사람과 해변과 바다가 하나가 되는 곳이 인도양의 잔지바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