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이 세상 거울이...여<시장사람들>
김재문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단장>에서 '언제나 나는 멋 없는 풍경 사진이 머리에 떠오른다. 사람들이 자기가 거기에 갔었고, 거기에서 뭔가 체험했다고 해서 찍는 풍경들 말이다. 그들에게는 그만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삼자에게는 당연한 얘기지만 그 사진에 별로 흥미가 없을 것이고, 냉랭하게 그걸 바라볼 뿐이다'라고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대개 사진을 좋아하지만, 대체로 자신이 찍혀나오지 않는 사진 이외는 간직하지 않는다. 더구나 익명에 의해 사진이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 작가나 기타 기자들에 의해서 자신의 얼굴이 사진에 찍혀 나오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는 경향이 많다. 특히 사진을 많이 찍으면 생명이 짧다고 생각하는 옛날 인식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은 웬만해서 사진기 앞에 서려 하지 않는다.
사진을 유독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재미 있는 일화가 있다. 부르크하르트는 사진 찍기를 지독히 싫어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졸라대는 제자의 권고에 못 이겨 사진관에 날짜와 시간을 통고했다. 그는 약속 시간 정각에 초라한 차림새로 사진사 앞에 나타났다.
"내 사진 찍어주게"하며 사진사에게 말했다. "아, 안됩니다. 지금 유명한 교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부르크하르트 교수는 걸음을 빨리해서 그곳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일화는 사진을 찍는 사진사의 수준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거부 심리를 단적으로 이야기해 준다. 어쨌든 사진 작품이 되는 얼굴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요란한 광고의 유명 탤런트의 얼굴 사진을 예술작품이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는 것처럼, 상업사진과 순수 사진은 다르고, 우리의 인생도 예술이 되는 삶은 향기가 나듯이, 사진 속의 얼굴들은 생활의 향기가 묻어난다.
얼굴은 삶의 거울, 내 얼굴은 내 인생이 그린 초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