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성하훈
또한 "젊은층들에게 잊혀져가는 위안부 피해 역사를 문화 예술쪽에 계시는 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알렸 나갔으면 한다"면서 "문학이나 미술 등의 예술적 도구를 사용해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온 이옥선 할머니는 미 의회의 결의안 통과가 기쁘지 않느냐는 한 방송기자의 질문에 "기쁘기는 뭐가 기뻐! 아직 사죄도 안받았는데. 우리에게 아직 전쟁은 안 끝났어. 우리는 제대로 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청할 뿐이야"라고 말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지지 않는데 대한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중국 연변에서 일본군에게 모진 고통을 당했다는 이옥선 할머니는 자신의 상처 흔적을 보여주면서 "당시 11살난 애들도 끌고 갔으면서 돈벌러 갔다고 말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11살 먹은 애가 뭘 아냐. 엄마 품에 있어야 할 나인데"라며 사죄없는 일본정부에 대해 강하게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춤극 <꽃은 피어 웃고 있고>의 마지막 장면은 일본 천황으로 분한 연기자가 독백으로 변명스런 사죄를 하는 모습이다. 느릿느릿 걸어나와 어쩔 수 없이 사죄를 하는 일본 천황의 모습은 극의 형식을 빌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일본에게 잘못된 과거를 속히 반성하고 정중히 용서를 구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대내외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언제쯤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그에 앞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이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역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것을 알리려는 노력이 펼쳐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꽃은 피어 웃고 있고>는 매우 의미깊고 소중한 작품이었다.
▲<꽃은 피어 웃고 있고>성하훈
▲<꽃은 피어 웃고 있고>성하훈
| | "위안부 할머니 아픔 널리 알려나갈 생각" | | | [인터뷰]<꽃은 피어 웃고 있고> 총연출 김진환 | | | |
| | ▲ <꽃은 피어 웃고 있고>연출한 김진환 선생 | ⓒ성하훈 | | 덥수룩한 수염을 깍지도 못한채 낡은 모자를 쓰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김진환 선생에 대해 그의 부인이자 안무를 담당한 임응희 선생은 "이 공연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표현대로 김진환 선생은 <꽃은 피어 웃고 있고>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었다. 단 한마디일지라도 절절하게 토해내는 그의 마음은 이 작품에 대한 열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사실 김진환 선생은 연출가이기 보다는 춤꾼이다. 그 역시도 "연출은 체질에 안맞는다. 나는 춤을 추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가 노가다도 아니고 김진환 선생이 연출을 맡지 않으면 일을 돕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강요가 없었다면 어쩜 그를 이번 춤판에서 봤을지도 모른다.
그는 꽤 실력있는 무용가다. 199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 학연화대무 이수자로 선정되었으며, 국립국악원 파견강사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호주 시드니, 일본 고베 등에서 재외동포를 위한 강습을 지도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무용을 공부할 당시에도 신동소리를 들을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장고와 북 등 악기를 잘 다루던 그의 재주는 운동권 후배들에 의해 유용하게 활용돼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은 주홍글씨가 돼 그의 대학원 진학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됐고, 결국 40대 늦은 나이에 국립국악원에 들어가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무용과에서 운동권을 도왔다는 것'이 괘씸죄가 돼 버린 것이다.
<꽃은 피어 웃고 있고>를 준비하며 김진환 선생은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관련부처의 산하기관에 공연 후원단체로 이름을 올려줄 것을 부탁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민감한 사안이라 외교문제가 될 수 있어 어렵다'는 말 뿐이었다.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말한마디 못하는 정부부처의 모습은 참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가 나름 힘이 됐던 것은 작품의 취지를 이해하고 도우려는 사람들 때문.
"조명과 무대 등에서 자원봉사 형태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지방 순회공연 계획은 없냐?고 묻자 "전국을 돌며 하고 싶지만 제작비 부담이 커 어렵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차라리 반기문 사무총장이 있는 유엔본부로 직접 가서 공연해 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는 김진환 선생은 "춤극이라는 쟝르를 잘 발전시켜 <꽃은 피어 웃고 있고>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널리 알려나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리의 춤으로 우리의 전래소리와 전래음악으로 춤극을 만들면서 열린생각, 열린마음, 열린행동으로 우리민족의 정서를 표현하고자 애'를 쓰겠다는 그의 자세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춤극 <꽃은 피어 웃고 있고>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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