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극 <꽃은 피어 웃고 있고>김진환 한국 춤 예술원
"그 당시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없고 일본만이 있었다. 따라서 조선 또한 일본의 국민이었다. 일본을 위한 전쟁에 군인들을 위해 동원될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8.15 광복절을 한주 앞둔 8일. 비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일본대사관 앞의 수요집회는 어김없이 진행됐다.
꽃같은 젊음을 일본에게 짓밟힌 할머니들의 외침은 이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이어졌지만 일본대사관은 여전히 묵묵무답이었다.
<꽃은 피어 웃고 있고>는 62번째 광복절을 맞는 젊은 세대에게 이같은 현실을 어떤 심정을 갖고 지켜봐야 할지를 제대로 알려줄 듯 싶다.
이번 춤극에는 '나눔의 집' 할머니들도 초청돼 춤으로 표현된 자신들의 삶을 지켜보게 된다.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8월 13일 오후 8시, 8월 14일 오후 4시, 8시 3회 공연되며, 다음날인 8월 15일, 일본대사관 앞 할머니들의 시위 또한 낮12시에 어김 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 | "위안부 피해자들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만 난다" | | | [인터뷰]<꽃은 피어 웃고 있고> 안무를 맡은 임응희 | | | |
| | ▲ 임응희 선생 | ⓒ송정희 | "연습하면서도 울고. 자료 준비하면서도 울었어요."
임응희 선생에게 <꽃은 피어 웃고 있고>는 그저 눈물 흘린 기억만이 가득할 뿐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나 연습할 때나 그의 가슴을 여미게 했고, 그때마다 눈물샘은 넘쳐흘렀다.
무용이나 춤은 전문적인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꽃은 피어 웃고 있고>를 통해 본 임응희 선생의 춤은 간결한 듯 하면서도 뭘 표현하려는지가 대충 이해가 됐다.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제의식이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연유로 임응희 선생이 이 작품을 만들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기존 문화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었어요. 특히 일본 문화에 많은 관심을 두려는 행태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역사물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위안부'문제였지요"
추상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는 무용작품 또한 그의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춤이라는 게 어렵고 난해하고 뭐 그런 것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춤이라는 게 관객들과 교감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자 생각했던 거고, 역사물을 만들다 보니까 자연스레 관객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더군요."
공연을 하면서 뭘 하는지 모를 만큼 모호한 생각만 들었던 경험은 그에게 단순하고 재밌게 갈 수 있는 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것을 <꽃은 피어 웃고 있고>를 통해 고스란히 담아냈다.
"작품을 만들면서 우리끼리 볼게 아니라면 대중들과 함께 가자고 생각한거지요"
임응희 선생의 춤에 대한 무용계의 반응은 '너무 단순하다. 표현이 너무 직접적이다'라고 한다.
"무용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알듯 모를 듯한 모호한 작품을 만들어요. 대부분이 추상적이지요. 그래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어렵고… 저 역시 공연을 하면서도 뭘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녀가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한 춤극을 만든 이유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적어지는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의 남편이자 총연출을 맡은 김진환 선생에 따르면 "공연을 준비하며 관련기관과 기업들을 찾아 관심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외교문제로 인해 어렵다는 답변'과 '위안부를 주제로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회피하려는 자세' 뿐이었다는 것이다.
임응희 선생은 공연을 준비하며 찾아간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이 하신 이야기를 이렇게 전했다.
"할머니들이 '우린 뉴스만 기다려' 하시더라고요. 미 의회 결의안이 나오기 바로 직전이었거든요. 그러면서 '젊은층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안갖고 모른다는 점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춤을 통해 이런 것을 알리려다 보니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 임응희 선생은 이번 공연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깊이 있게 인식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만든 것은 결코 우리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에요. 춤을 통해 알리려하니까 우리를 알리려는 줄 알고 오해들을 하시던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저도 전통춤이나 다른 것을 선택하면 편해요. 하지만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분들의 아픔을 알리고 싶을 뿐이에요. 우리 공연보다는 할머니들의 아픈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 | | | |
덧붙이는 글 | 공연장소 :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 공연문의 02-522-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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