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세상'에서의 또 다른 삶, 세컨드라이프

[인터넷은 지금] 현실의 고단함이 만든 가상세계?

등록 2007.08.11 11:32수정 2007.08.11 11:32
0
원고료로 응원
secondlife.com 캡쳐
인간이 아닌 인간의 아바타가 빌딩을 사고, 고급 포도주를 마시고, 개와 고양이를 기르고, 현실의 아내가 아닌 사이버세상의 또 다른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곳. 인터넷 속에 존재하는 가상현실 공간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제2의 삶'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가상현실 사이트 세컨드라이프(secondlife.com)가 개설 3년만에 수백 만 명에 이르는 '가상도시 주민'을 거느린 일종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처럼 그곳에선 자신의 분신 '아바타'를 통해 현실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을 체험할 수 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 사업가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여자를 만나 사이버섹스를 즐길 수도 있다. 세컨드라이프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린든 달러'로 불리며, 현실에서 이를 실물통화와 바꿀 수도 있다. '가상세계의 부자=현실의 부자'라는 신종 등식까지 등장할 판인 것.

이 가상현실 사이트의 상업적 가능성을 인정한 기업들, 소니와 IBM 등은 이미 이곳에 사이버지점을 만들었고, 몇몇 대학은 사이버캠퍼스를 개설하기도 했다고 한다. 올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세컨드라이프를 주목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의 일부 기업 역시 사업적 타당성을 조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실의 답답함과 고단함을 잊고 사이버세계에서 최고의 CEO가 되고, 매력적인 이성과 데이트를 하며, 가장 좋은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를 즐기는 것. 그야말로 '꿈'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 꿈에 허술함과 덧없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세컨드라이프에서 두 번째 아내를 얻어 저녁 일찍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는 남편, 실물경제 감각을 잃어버린 조그만 잡화점 주인, 현실과 가상세계를 착각하는 사람들의 줄 이은 등장 등은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이버시대의 총아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세컨드라이프. 이를 산업·정보기술의 '발달'이 부른 인간정신의 '황폐'라고 해야할까, 고통받는 인간들을 위로하는 종요로운 '수단'이라 불러야할까? 아직은 헷갈리는 상황이다.
#세컨드라이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