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한계령에서김민수
한계령, 그곳에 싸리꽃이 피어있었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사이 바람을 타고 구름이 몰려왔다 몰려가곤 하면서 한 폭의 수묵화를 만들어 냅니다. 그 수묵화에 짙어가는 연록의 빛이 은은하게 깔려있고, 그 연두의 빛 속에 작은 보랏빛이 은은하게 퍼져있었습니다. 싸리나무의 꽃이 그 보랏빛의 근원이었습니다.
싸리나무는 콩과의 식물로 흉년에는 구황식물이 되기도 했었지요. 봄에 올라오는 어린 싹은 나물로 먹고 씨는 갈아서 죽으로 먹거나 밥에 섞어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용도보다 싸리는 줄기들이 이모저모로 우리의 생활에 많이 사용되었지요. 싸리비뿐 아니라 싸리나무로 엮은 나지막한 담장에서부터 소쿠리를 만드는 세공재료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열량이 높고 연기가 나질 않아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던 시절에 요긴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회초리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