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마을 길가에 여기저기 핀 나리꽃이다. 좋은 것은 이 나리꽃처럼 피어나야한다.송상호
주유소에 내가 운전하는 '더아모 15인승'이 다다랐다.
"안녕하세요."
먼저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를 상냥하게 한 것은 주유소 아저씨가 아니라 바로 나다. 평소 사람에게는 먼저 인사하며 사는 게 좋다는 지론이 몸에 베인 터라 인사를 한 게다.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것. 지금처럼 내가 고객이고, 상대방이 고객을 맞이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허허허허허."
나이가 60세 정도 된 주유소 직원 아저씨는 웃기만 한다. 뭐가 그리 좋은지. 오래간만에 시골에 내려온 자손들을 맞이하는 기분인 것 같다. 그래서 아저씨가 무슨 다른 좋은 일이 있는가 보다 싶을 수밖에. 주유 입구를 열었는데도 여전히 아저씨는 기분이 좋다. 그러더니 가까이 와서는 말을 거신다.
"젊은이, 덥지유. 커피 한 잔 하실라우."
"예 그 좋죠."
"옆에 동행도 있나 본데 두 잔 뽑아 줄까?"
"그러세요."
원래는 손님에게 그렇게 해주지 않는 것 같은데 아저씨는 한사코 커피를 뽑아온다. 그것도 두 잔씩이나 자기 돈으로 뽑아온다.
"그런데 아저씨 무슨 좋은 일이라도?"
"허허허. 그건 말유. 내가 먼저 인사해야 하는데 젊은이가 먼저 인사해줘서 고마워서 그런다우."
"그게 뭐 큰일이라고."
"아니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인사 먼저 하나. 특히나 나같이 주유소 직원에게 말이유."
그것 참. 평소대로 인사를 먼저 한 것뿐인데 아저씨는 살짝 감동 받은 게 아닌가. 사람이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 그것도 나이 든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 풍습으로는 이상할 것도 없는데 그 아저씨가 감동까지 받아 커피까지 일부러 뽑아주는 걸 보면 요즘 우리가 얼마나 좋은 풍습을 잃어버리고 사는지 반증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경유를 다 넣고 계산하는 데도 여전히 아저씨는 기분이 좋다. 무슨 횡재라도 만난 듯이 말이다. 계산을 다하고 한 번 더 주신 커피에 고맙다고 씩씩하게 인사하니 아저씨의 입은 두 배로 찢어지는 듯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나의 눈망울을 끝까지 주시하는 것도 인상에 깊이 남는다. 백미러에 아저씨의 손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