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에는...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원기 이태일 이경숙 당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이종호
총선 승리,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무개념 잡탕'으로
열린우리당의 몰락을 이유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면 상식적으로 그 정당은 열린우리당보다 나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과연 대통합신당은 새천년민주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뿌려놓은 적폐를 일소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신당에 참여한 인사들 중에도 없을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어떤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인가?
정당은 이념과 노선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신과 철학을 우리 사회에 구현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 다른 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당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은 집권을 하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정당의 구조를 어떻게 세우고 사회적 기반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다.
그러나 대통합신당은 이러한 필수선결조건들에 대한 진지한 토론 없이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별로 참신할 것도 없는 일부 시민사회 인사들을 들러리로 내세워 마치 새로운 정치세력인 양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정권을 잡으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합의된 대안도 없고, 대안을 내놓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생각을 감추고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우루루 모여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합신당은 한나라당 집권을 돕는 '정치상인 연합회'
신당창당을 주도한 인사들은 또 하나의 잡탕정당을 만드는 일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대해 "일단 만들어놓고 내부에서 노선경쟁을 하면 된다"고 변명해 왔다.
지금 대통합신당에 노선경쟁이 있는가?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시작부터 총선용 지분 다툼을 벌이며 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구태정치인들을 전면에 복귀시키는 퇴행적인 정치로 국민의 불신과 환멸을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대통합신당이 명분 없는 이합집산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유일한 기치는 '한나라당 집권저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대통합신당이 걷고 있는 길은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기는커녕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도덕적인 타격을 입거나 혹여 분열하지 않을까 요행을 바라면서 눈속임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어마어마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은커녕 일말의 양심과 정치도의도 없는 사람들이 권력의 향방을 좇아 이합집산한 대통합신당은 국민의 지지를 결코 획득할 수 없다.
대통합신당의 이른바 대권주자라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한 기회주의적 정치인을 끌어들여 신당을 만들어 놓고는, 이제 한나라당 출신이라 안 된다며 앞다퉈 공격을 해대는 이율배반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그 인사보다도 더 기회주의적인 것이다. 출신이 한나라당이고 정책도 한나라당이라고 안 된다면 처음부터 같이 할 생각을 말았어야 하며, 그가 합류를 선언했을 때 '대통합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 추켜세우는 대신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했어야 한다. 또한 출신과 정책이 다르다면 지금이라도 그와 정당을 같이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을지언정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정에는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공허하기 짝이 없는 '반 한나라당' 구호 외에 과연 대통합신당이 국민 앞에 내놓을 이념과 노선,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가? 대통합신당은 차라리 정당이 아니라 '정치상인 연합회'라 불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