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모양내기'에 그칠 수 있는 취약한 거점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불과 넉달 보름 남은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싸울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열린우리당의 분열로 범여권이 지리멸렬해지면서 대선에 대한 패배주의가 만연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늦었지만 열린우리당 아닌 다른 제3지대에서 개혁진영을 묶어 한나라당과 싸울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 거점은 매우 취약하다. 대선승리를 기대하기에는 '한없이' 취약한 거점이다.
첫째,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공동창당이라는 구호는 모양내기에 그칠지도 모른다. 창준위원장과 중앙위원은 1대1 공동으로 구성했지만 정당의 나머지 구성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저항이 매우 심하다. 상임중앙위원회는 구성조차 하지 않았고, 집행기구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2대1로 구성했으며, 지방조직은 더욱 불균등해질 것이다. 창당 후에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구성비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창당에 대한 정치권의 소극적인 자세다. 이들은 정파간 대통합에만 관심있을 뿐 새정치를 한다든지 국민을 감동시킨다든지 하는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시민사회가 필요한 이유는 모양내기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들러리감이기 때문이지 시민사회와 함께 변화를 시도하고 좋은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고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열린우리당이 실패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둘째, 내용없고 목표없는 정치를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통합과정에서 한미FTA 문제로 상당한 입씨름을 했지만 접근이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다루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몰정치적 현실이 과연 통합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비단 FTA뿐만 아니라 지역 소외·농촌 황폐화·비정규직·환경·교육·저출산 등 어느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 앞에서 통합신당은 '국회의원 배지의 통합'을 넘어 '국민 통합'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회의원 숫자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좋은 정치는 국회의원 숫자로 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선거 또한 국회의원 숫자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셋째, 대통합이 이루어지고 내용을 채운다고 해도 인물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범여권 잠재후보가 15명 가까이 되지만 국민을 감동시킬만한 후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짧은 기간 폭풍처럼 국민들의 잠자는 열정을 흔들어 깨울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시민사회 정책 과감히 반영하고, 문국현 '경선' 참여해야
이 세 가지 문제에 변화가 없다면 결국 좋은 후보도 없고, 정책도 알맹이도 없는 잡탕정당이, 시민사회의 가면을 쓰고 모양만 내다가 주저앉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다음 세 가지 과제를 꼭 실천해야 한다.
첫째 과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정당의 권한을 시민사회에 대폭 양도해야 한다. 정당의 문호를 국민들에게 활짝 열어젖히라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대단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대선승리가 가능하고 정치권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국면에서 선거운동을 담당할 정치권이 시민사회의 참여를 거리낄 이유가 없다. 시민사회를 위축시키고 소극적인 상황으로 몰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정치권에게 돌아간다.
둘째 과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정책을 가감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경직된 정치권만으로는 변화가 불가능하고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어려우니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바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못하는 것을 시민사회가 나서서 감당하겠다는 것이니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낯선 정책들을 받아들이는 만큼 승리에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셋째 과제, 문국현 사장을 반드시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 문 사장의 경쟁력과 효용성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문 사장이 정치권 후보들과 공존할 경우 대선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 사장은 본인의 경력과 특성상 낡은 정치판에서 치러지는 경선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문 사장도 참여할 수 있는 새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다.
언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으면서 통합신당을 만들었고, 이제 창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민사회가 미래창조연대를 만들어 범여권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작으나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고, 통합신당을 만들어 한나라당과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갖추었다는 사실에 안도해도 좋을 것이다.
5년전 대선에서 '노사모'가 대선의 키워드였다면, 올해 대선에서는 '시민사회'가 키워드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범여권의 분열과 대선후보의 취약성으로 인해 시민사회의 참여는 아직도 미미하기 이를 데 없다.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결국 희망은 시민사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특히 시민사회의 참여를 수혈이나 들러리로 생각하는 관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치의 변화없이 오직 대통합만 이루어지면 된다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형식논리가 수혈과 들러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 분열한 집단이 단순통합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이하기 그지없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생각과 판단을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선국면에서 통합신당이라는 최소한의 틀거리를 마련했다는 사실은 대선승리의 중요한 가능성이지만 내용이 턱없이 부실하다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 한계를 정치권이 해결하기는 어렵다.
결국 시민사회만이 희망이다. 미래구상과 미래창조연대를 통해 첫번째 참여를 시도했고 통합을 이루었으니, 통합 이후의 내용 채우기와 국민참여를 위해 시민사회가 다시 한 번 나서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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